이집트 성지순례의 핵심은 시내산 등정입니다. 출애굽을 인도한 모세가 하나님께 십계명을 받은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지 이름으로는 ‘게벨 무사’, 즉 모세의 봉우리로 불립니다. 저는 일출에 맞추기 위해 새벽 1시 숙소를 떠났습니다. 시내산은 해발 2285m의 바위산입니다.
일출 시간에 맞춰 도착한 정상에서 마주한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일출도 걸작이었지만 무엇보다 신비로웠던 것은 햇살에 비친 바위에 반사된 붉은 빛이었습니다. 하늘의 신비한 기운이 바닥으로부터 올라와 온몸을 감싸는 듯했습니다. 종교학자 루돌프 오토가 ‘설명 불가한 성스러운 힘’이라는 뜻으로 창안했던 ‘누미노제’라는 개념을 실감했습니다.
광야는 신의 도우심이 없으면 한순간도 살 수 없는 곳이고 인생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단어로도 사용되는데, 광야 한복판에 우뚝 솟은 시내산에서 경험한 신비한 체험을 떠올리면 앞으로도 광야 같은 인생을 넉넉히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인생은 모름지기 하나님께서 주시는 신비의 힘을 필요로 하나 봅니다.
김종구 목사(세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