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눈앞에 홍해를 만나자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하나님이 홍해를 무사히 건너게 한 후에는 배가 고프다고 투덜대기 시작했습니다. 차라리 노예 생활이 더 낫겠다며 불평하는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화를 내지 않으시고 만나를 내려주십니다. 매일 새로 내려오는 ‘만나’는 백성들이 매일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가 됩니다.
장종택(55) 목사가 지난달 발매한 8집 타이틀곡 ‘은혜는 만나 같아서’는 우리와 매일 교제하기 원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담은 곡입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번개탄TV 스튜디오에서 만난 장 목사는 이 곡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하나님은 백성들에게 만나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주실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투덜거리는 백성들의 목소리라도 매일 듣고 싶으셨던 거죠. 지금 우리의 삶은 눈물과 한숨이 많은 곳이지만 만나와 같은 하나님의 은혜를 매일 누리면서 눈물을 웃음으로, 한숨을 노래로 바꾸자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가 2년 만에 발표한 이번 앨범은 독특한 구성으로 짜여 있습니다. 수록곡의 제목을 살펴보면 ‘이십 대였던 그때가 어제 같은데’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생각나니, 여름 수련회’ 등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지금 40~60대 성도들이 20~30년 전에 교회에 모든 걸 바쳤던 사람들이에요. 한국교회 부흥의 주역들이었죠. 그때는 산 기도나 새벽송 같은 교회만의 특별한 문화도 있었고 교회가 음악 공연 문학 등의 분야를 이끌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분들을 위한 교회 문화가 전혀 없는 게 안타까워요. 같은 또래이기도 한 그 나이대 성도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8집 수록곡들을 만들었습니다.”
앨범 발매를 기념해 개최한 콘서트는 40~60대 성도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추억을 회상하는 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콘서트에 온 이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전했다고 합니다.
“당시에 일 년 열두 달을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어도 주님께서 우리 인생을 책임져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교회에서 양육 받아 잘 자란 장년들이 자신들의 자녀는 교회에 안 보내요. 주일에 학원을 보내요. ‘주일에 학원 안 보내기 운동’이라도 해서 부모 세대들이 교회에서 누렸던 은혜를 자녀 세대에게 흘려보냈으면 좋겠어요.”
1993년 고신대 창작복음성가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그는 미국 댈러스 CFNI(Christ for the Nations Institute)에서 유학 후 한인교회에서 사역하다가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찬양사역자로 살기로 결심한 이상 조금만 힘들면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까 봐 영주권도 포기했습니다. 1집 ‘은혜로다’ ‘다윗처럼’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그 후 꾸준히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주일에 그렇게 기쁨으로 뜨겁게 찬양하던 성도들이 월요일만 되면 그 기쁜 표정을 잃어버려요. 찬양하는 모습과 삶이 같은 예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를 만난 번개탄TV 스튜디오는 그가 수요일마다 방송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찬양도 부르고 청취자들의 사연도 함께 나누며 기도합니다. 최근에는 CCM 가수 오디션인 ‘CCM스타 시즌8’ 심사위원을 맡아 후배 가수들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CCM스타’는 단순히 다음세대 찬양사역자를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배들이 멘토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가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은 그 자신의 다짐과도 같았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찬양사역자로 부르신 것은 우리의 달란트가 탁월해서가 아니라 당신 곁에 있으라는 긍휼입니다. 저만 해도 사역이 있는 날은 오롯이 말씀과 기도로 준비하고 깨어 있게 되니까요. 주님께서 맡긴 일을 행복하게 하며 우리의 삶 자체가 그분의 ‘영광과 찬송’이 되는 사역자가 되길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