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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동성커플 피부양자 인정’ 기독교계 반발

뉴시스


5년간 함께 살아온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동성혼을 사실혼으로 인정하거나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 판결이다. 동성애·동성혼을 반대해온 기독교계에서는 사실상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이자 보편적 생명윤리에도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21일 소성욱(32)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에까지 확대할 수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소씨는 2019년 5월 김용민(33)씨와 결혼식을 올린 후 이듬해 2월 건강 문제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김씨는 공단 측에 사실혼 관계 동성 커플임을 밝히며 소씨를 자신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을지 문의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행법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중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그해 10월 공단은 ‘직원 착오’를 이유로 판단을 번복했다. 소씨에게는 피부양자가 아닌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서 미납한 2020년 3~10월 8개월치 보험료를 내라고 고지했다. 소씨는 이에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남녀의 결합을 혼인으로 규정하는 헌법·대법 판례 등을 들어 “두 사람 사이 사실혼이 성립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성 부부’가 아닌 ‘동성 결합’이라는 표현을 쓰며 선을 그었다.

다만 재판부는 남녀 사실혼 관계와 동성 결합 관계가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유사한 성격의 집단을 달리 대우하는 것은 차별 대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최경식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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