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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280조 투입 ‘백약이 무효’… 저출산 대책 컨트롤타워 강화해야



정부는 저출산 국면 타개를 위해 지난 16년간 약 280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매년 하락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고, 청년들이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출산율 하락으로 인구감소 위기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2006년부터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기본계획 시행 명목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71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다만 템플스테이 운영이나 스마트워크센터 구축 등 출산이나 육아와 관계없는 사업에도 예산이 쓰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통령 직속이던 위원회는 이명박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산하로 바뀌었다. 박근혜정부 들어 다시 대통령 직속기구로 복원됐지만 제대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도 나경원 부위원장이 교체되는 등 위원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에 따라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위원회가 현금지급식의 단기대책이 아닌 고용과 주거, 보육과 교육 등 전 생애를 유기적으로 고려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결혼과 출산을 맹목적으로 독려하기보다 결혼을 할 수 있는 삶의 여건부터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청년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위한 사전조건이 공고하다”며 “혼인과 출산의 제약이 강한 현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결혼생활의 여건을 충족시켜주고, 다음 단계(출산)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성인 이행기 청년들 사이에서 결혼은 여전히 선호되는 선택지”라며 “저출산 정책 역시 개인의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사후적인 접근을 할 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지향에 기반을 둔 선택과 이를 실현하고 안정화하기 위한 자립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저출산은) 청년세대의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청년세대의 비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조효석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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