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속 피어난 사역… 피란민 대피·쉼터·밥차 통해 희망 심다

살로니 야로슬로프 목사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발라클레야 지역에서 피란민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야로슬로프 목사 제공


지난해 11월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우크라 피란민들이 NGO 글로벌호프의 '희망밥차' 안에서 커피와 간식 등을 먹기 위해 모여 있는 모습. 글로벌호프 제공


전쟁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4일로 꼭 1년이 되지만 우크라 현지에서는 러시아의 대공습 가능성에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기도와 구제, 사랑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묵묵히 ‘우는 자와 함께 울었던’ 크리스천의 활동상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하나님만이 보호자 되신다

살로니 야로슬로프(44·희망의세대교회) 목사는 러시아 침공으로 삶의 터전인 도네츠크주 크라스노봇스크를 떠났다. 폴란드 접경 지역이자 우크라 서쪽 도시인 리비우에 정착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

그는 23일 국민일보와의 SNS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하나님은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는 육체적·영적 힘을 주셨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최근 리비우에도 로켓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만이 우리의 보호자가 되신다”고 전했다.

1년간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는 피폐해졌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정든 곳을 떠나야 했다. 직장을 잃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건 일상이 됐다. 군인들은 매일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한다. 야로슬로프 목사는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의 인프라 포격으로 지속적인 정전을 경험한다”며 “사이렌이 울리면 폭탄 보호소로 내려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라고 했다.

절망 속 구제는 현재진행형

기독교에 기반한 인권단체인 종교자유연구소는 최근 러시아 침공으로 현지 기독교 시설 494곳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기독교 시설 피해 가운데 3분의 1이 교회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현지 교회와 목회자들은 고난 중에 있는 이들을 돕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야로슬로프 목사는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SNS로 크리스천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재정을 모아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다. 피란민에게 식품 패키지, 이유식, 유아 기저귀, 위생용품, 옷 등을 전달하면서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다. 이렇게 도운 인원만 지난 1년간 1000여명에 달한다. 그는 또 지난해 리비우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임대 공간에서 어린이 40여명과 매주 예배를 드리는 한편 동역자들과 함께 조국의 평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금식 기도를 한다.

한인 선교사들의 ‘소망심기’ 365일

현지 피란민 곁엔 한국인 선교사들도 든든한 응원군이 되고 있다. 1992년부터 우크라 사역을 펼치는 정광섭 선교사는 지난해 전쟁 직후부터 현지 교회들과 협력해 구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수양관 공공건물 가정집 등을 빌려 피란민 350여명에게 쉼터를 제공했고, 3000여명에게 침구 음식 취사도구 등을 지원했다.

김영찬 선교사도 전쟁 직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우크라 피란민을 위한 쉼터 사역을 시작했다. 김 선교사는 “지난 1년간 호텔 객실 4개 방을 빌려 피란민을 수용했고 특히 4가정(10명)이 정기적으로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피란민을 위한 ‘희망밥차’도 가동 중이다. NGO 글로벌호프는 지난해 11월부터 ㈔프로보노국제협력재단, 현지 교회인 임마누엘교회와 함께 바르샤바 등에서 ‘희망밥차 1호’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두세 차례 250여명에게 식료품 수프 커피 차 컵밥 등 K푸드 식품으로 따뜻한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지난달부터는 한국교회봉사단의 ‘희망밥차 2호’가 한국에 있는 우크라 피란민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도적 지원·재건 사업 병행돼야

우크라이나지원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위원장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교계단체와 NGO, 기업, 교회들이 소속된 곳으로, 우크라이나 회복을 위한 장기적 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다. 공대위 사무총장 김태양 목사는 “인도적 지원과 재건이 함께 가야 한다. 인도적 지원의 최종 목표는 우크라인의 일상 회복”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딛고 일어난 제2의 한국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