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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美 공화당 ‘디샌티스’로 기우나… 달아오르는 대선 주자 경쟁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잠룡들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같은 달 중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트럼프 대항마’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주지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포시즌스 호텔에 공화당 주요 인사들과 ‘큰손’ 후원자 150명가량이 모였다. 론 존슨 위스콘신주 상원의원, 태양광 사업가인 짐 라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재정위원회를 이끈 로이 베일리, 케빈 스티트 오클라호마 주지사, 빌 리 테네시 주지사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지했던 인사 여럿도 얼굴을 드러냈다. 이곳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에서 불과 6㎞ 떨어진 곳이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였다.

블룸버그는 “팜비치는 공화당 상위 2명 대선 주자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쇼케이스장이 되고 있다”고 묘사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참석자 명단을 보면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공화당 주요 인사들에게 어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의 ‘돈줄’로 알려진 더그 디슨은 “대부분 사람은 트럼프가 출마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우리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지만 나이가 많다”며 “새 얼굴과 새 피가 필요한 때”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디슨은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텍사스 지역 재정위원회 의장을 맡았고, 대선 당일 연설 때 백악관으로 초청받은 인물이다. 지지그룹 이탈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오는 28일 ‘자유로워질 용기’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며 전국 홍보 투어를 시작한다. 선거 분석가들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오는 5월 플로리다 주의회 회기가 끝나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전국을 돌며 비공식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셈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주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등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범죄율 증가 문제를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23일 마러라고에서 자신의 정치자금 기부단체인 슈퍼팩을 통해 올해 첫 모금행사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달 뉴햄프셔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아 선거운동을 진행했고, 최근 경찰관 채용 확대, 법 집행기관의 권한 강화, 갱단 해체 명령 등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유력 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학센터가 지난주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폴과 진행한 조사에서 그는 46% 지지를 받아 2위인 디샌티스 주지사(23%)보다 두 배 앞섰다. 지난주 맥러플린 앤 어소시에이츠 조사에서도 42%를 얻어 디샌티스 주지사(26%)를 압도했다.

그러나 전날 발표된 WPA 인텔리전스 조사에서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40%로 트럼프 전 대통령(31%)을 9% 포인트 앞섰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8%씩을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 간 양자 대결에서는 33% 대 57%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UC버클리 정부학연구소가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디샌티스 주지사는 37%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29%), 헤일리 전 대사(7%),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4%) 순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위가 확고한 상태는 아니라는 의미다.

WP는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의 가장 큰 기부자 중 상당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당내에서는 그의 세 번째 대선 출마 동기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주 텍사스에서 진행되는 공화당 기부자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다른 주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공화당 첫 대선 경선지인 아이오와주는 이미 경쟁자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75세 이상 정치인 정신감정’을 내세우며 세대 교체론을 띄운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20일 이곳을 찾아 “백악관에 들어가려면 80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령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대선 출마를 고려 중인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지난주 출마 선언을 한 로이반트 사이언스 창업자 비베크 라마스와미도 지난 22일과 23일 아이오와주를 각각 방문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봄이 되면 소명이 무엇인지 분명한 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대선 출마 선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외 다른 인사를 대선 후보로 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내 예전의 러닝메이트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시대는 다른 리더십을 요구한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 등 과거에 초점을 맞춘 공화당 후보들은 공화당이 더 잘할 수 있는 곳에서조차 고전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지난 23일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첫 토론회를 오는 8월 밀워키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밀워키는 내년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 개최지다. 전당대회 개최지에서 첫 대선 토론회를 여는 전통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출마 선언 시기와 장소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여사는 “몇 번이나 더 말해야 믿겠느냐.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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