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어니 박(32)씨는 2021년 회사를 관두고 자신의 직무 관련 시간제 일자리에 취직했다. 10년간 회사 생활에 지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파트타임으로 일한 첫해 그는 풀타임으로 일했을 때의 25% 수입을 올렸지만 일한 시간은 15%에 불과했다. 박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직무 기술을 유지하면서도 내게 더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완벽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미국에서 시간제 근무를 선택하는 근로자 수가 2200만명을 넘어섰다고 WSJ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1월 사이 시간제 근로자 수는 이전 달 대비 120만명 증가했다. 이 중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는 85만7000명(71%)에 달했다.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파트타임 일자리를 원하는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시간제 근로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노동부는 주당 35시간 이하를 시간제 근로로 분류한다. 지난 1월 취업자 1억6000만명 중 16.3%가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그런데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2210만명이었다. 파트타임 업무를 하고 있지만 정규직을 원하는 근로자(410만명)의 5배를 넘는다. WSJ는 “최근 20년간 가장 높은 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족이나 개인적인 ‘비경제적 이유(noneconomic reason)’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했다. WSJ는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증가는 미국 경제의 변화와 타이트한 노동 시장을 반영한다”며 “미국인들의 일에 대한 태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 펜스테이트 애빙턴 대의 경제학자 로니 골든은 “사람들이 더 낮은 수입으로도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근로자 부족으로 임금이 상승했고, 코로나19 프로그램으로 세액 공제 등 혜택이 확대되면서 파트타임으로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교육과 의료, 레크리에이션 서비스 등 분야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학교의 경우 교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체 교사 임금은 하루 15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대체 교사 인력 대행사인 켈리 서비스는 임금이 약 1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고용주가 노동력 부족을 겪으면서 파트타임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규직 근로자를 구할 수 없어 시간제 일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봉쇄와 제한 등을 겪으면서 가족에 더 충실하기 위해 시간제 근로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든은 “비경제적 이유에 의한 시간제 근로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이 추세가 되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