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대형 재난이 터질 때마다 이어져 온 한국교회의 온정은 우크라이나 전장 안팎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한국교회는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기도와 구호·지원 활동 등 섬김을 이어오고 있다.
우크라 위한 기도, 성경 보급 활발
지난해 3월 6일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고난받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한국교회 기도회’를 열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예장고신 등 교단 차원에서도 기도의 불길이 이어졌다.
러시아 침공 이후 성경 품귀 현상이 빚어진 우크라이나에 성경 보급 운동도 확산됐다. 1일 대한성서공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총 38만1600부의 성경이 한국에서 제작돼 현지에 보내지면서 수혜국 1위를 기록했다.
‘십시일반’의 힘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이른바 ‘개미군단 성도들’의 사랑도 이어졌다. 한교봉과 국민일보가 펼친 ‘우크라이나 돕기 성금 캠페인’에 개인 908명과 교회 190곳이 참여해 4억1500여만원이 모금됐다. 한교봉에 소속된 회원 교회와 기관이 참여한 모금액은 11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김철훈 한교봉 사무총장은 “코로나 이후 교회의 대외 활동이 이전보다 감소한 데다 불경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교회와 성도들이 우크라이나 돕기 캠페인에 적극 협력했다”면서 “이것이 한국교회의 역할과 향후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NGO 차원의 모금운동도 빛을 발했다. 국제개발구호기구 한국월드비전(회장 조명환)은 지난해 34억원 규모의 후원금을 모았다고 밝혔다.
핫팩, 희망밥차…구호는 진행형
피란민 구호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3월 발족된 ‘우크라이나 지원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최근 휴대용 발전기와 전기 핫팩을 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공대위 사무총장 김태양 목사는 “최근 컨테이너에 생필품 150t과 20억원에 달하는 약품을 담아 보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4월까지 매우 춥다. 지금은 겨울 생존 키트를 보내는 일에 가장 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WMA와 한교봉, 공대위는 지난해 말 혹한의 겨울을 보내는 우크라 피란민을 위해 발전기 30대를 전달했다. 한국월드비전 기아대책 사마리안퍼스코리아 등 교계NGO도 구호팀을 파견했다. NGO 글로벌호프는 지난해 11월부터 폴란드 바르샤바 등의 난민 캠프에서 우크라 피란민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는 ‘희망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한교봉의 ‘희망밥차 2호’가 국내 우크라 피란민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으로 우크라이나를 위로한 사례도 있다. 현대미술가인 전병삼 작가는 러시아 침공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인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만든 대형 설치미술 작품을 바르샤바 인근 난민 캠프에 전시했다.
우크라에 지속적인 관심을
전쟁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관심과 후원이 이전보다 뚝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대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시리아로 구호 활동이나 재정적 지원 등이 쏠리는 영향도 있다. 김휴성 글로벌호프 부대표는 “이 같은 세계적인 분위기로 대다수 우크라 난민캠프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에서는 생리대, 기저귀, 분유 등의 물품이 아직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피란민의 자녀 교육에도 빈틈이 벌어지고 있다. 이진 월드비전 취약지역사업팀 간사는 “루마니아와 몰도바로 간 우크라이나 난민 학생들은 대다수 온라인 수업에만 의존한다. 양질의 교육 지원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김 부대표는 “한국교회나 선교단체 등이 모두 긴급구호나 재건 등에 뛰어들기보다 준비된 단체들과 협력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태양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계속 알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각자의 터전을 복원할 때까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김아영 기자 이현성 인턴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