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시장 자체를 축소시키는 ‘최악의 적’이다. 시장이 제 가치를 인정받아야 증권사의 먹거리가 늘고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각각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수립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세계 최저 수준의 주주 환원책을 지목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새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전략팀장은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늘리기 위해 배당 증액, 자사주 매입·소각 등 상장사들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배당성향이 높다면 해외 다른 나라보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겠지만 우리나라 올해 배당성향 예상치를 보면 여전히 이머징마켓(40.4%)이나 선진국(35.6%)보다 훨씬 낮은 32.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취약한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에서 주주에 대한 인식이 매우 저조하다”며 “주식회사 주인이 모든 주주가 아니라 대주주 혼자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너 체제로 운영되는 기업 특성상 대주주가 조직을 사유화하고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염동찬 연구원도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는 기업집단 구조와 지분 문제가 저평가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분석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제대로 시장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건전하지 못한 투자문화가 아직 강하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은 “투자자들이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기보다는 한 달 만에 투자금이 2배, 3배로 불려지길 원한다”며 “기업을 분석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통해 주워들은 정보를 토대로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책으로는 외국인 자본 유입과 주주 환원책 강화가 절실하다는 평가다. KB증권 관계자는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금융시장 개방 정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이익의 40% 정도를 주주환원에 써야 투자 유인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