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 저출산 쇼크에 아이들 사라져… 10년새 45% 뚝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화성 4개 교회는 지난해 연합주일학교를 공동 운영했다. 지난해 11월 화성 산돌교회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연합주일학교 학생들이 교사들과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돌교회 제공


서울 영등포구 A교회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바글대던 곳이었다. 교회학교 출석 인원이 60여명에 달했고 전국 감리교회 교회학교 축구대회에선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발길이 뜸해지더니 급기야 11명 축구팀을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궁여지책으로 6명만 있으면 되는 풋살팀을 만들었으나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3년 전부터는 교회학교 문을 아예 닫아야 했다.

A교회 담임인 B목사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학교 인원이 줄던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현재는 교회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힘든 지경이 돼버렸다”면서 “새벽기도는 빼먹어도 학교 앞 전도는 계속했는데 코로나 탓에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코로나 기세가 수그러들었으니 다시 시작해볼 생각”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출산율 쇼크에 휘청거리는 교회학교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으나 A교회가 처한 현실은 이미 많은 한국교회가 경험했거나 혹은 맞닥뜨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201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줄곧 꼴찌를 기록하는 낮은 출산율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 출생아는 겨우 24만9000여명에 그쳤다. 2012년(48만5000여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나버린 것이다.

교회학교도 저출산 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최근 10년간 교세 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 전국 감리교회에 다니는 12세 이하 아동은 26만977명이었으나 지난해엔 14만3278명이었다. 감리교회 출석 어린이가 10년 만에 45% 감소한 것이다.

다른 교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2012년 발표한 영아부(만 36개월 이하)부터 소년부(초등학교 6학년 이하)까지 등록 인원은 30만1409명이었다. 2021년 집계에서는 그 수가 41.5% 감소한 17만6321명으로 나타났다.

교회학교의 위기는 다른 조사에서도 선명히 드러난다. 예장통합 서울서북노회가 지난해 4월 소속 교회 215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3%가 교회학교를 운영하지 못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지난 2일 개신교인(2000명) 비개신교인(1000명) 목회자(802명)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조사에서 목회자들이 목회하면서 꼽는 가장 큰 어려움도 ‘다음세대 교육 문제’(45.6%)였다.

교회학교 부흥, 가능할까

수렁에 빠진 교회학교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꼽히는 건 연합주일학교다(국민일보 2022년 11월 11일자 29면 참조). 연합주일학교는 인력이나 재정 부족으로 교회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미자립교회들이 교회학교를 공동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기감 경기연회 동탄지방회는 지난달 19일 연합주일학교를 운영하는 교회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키로 결의하기도 했다.

동탄지방회 감리사인 이수기 목사는 “지원액을 정한 건 아니지만 연합주일학교에 뜻이 있는 교회는 최대한 도울 방침이다. 감리교회와 다른 교단 소속 교회가 힘을 합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우 백석대 교수는 국민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2050년쯤 되면 다음세대 규모가 10만~12만명 수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신학대를 갓 졸업한 전문성 없는 사역자를 교회학교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부는 있지만 유치부 영아부 없는 곳이 많은데 ‘하위 부서’가 없으면 (초등부와 같은) ‘상위 부서’도 없어지게 된다”….

그가 제시한 해법 중 눈여겨봄 직한 조언은 크게 두 가지다. 전문 사역자가 없다면 훈련된 평신도 리더를 교육 부서에 배치하고 규모 있는 교회들이 작은 교회에 전문 사역자를 파송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 부흥을 가장 빠르게 일굴 수 있는 방안은 교회학교를 부흥시키는 일인데 신학대도 이 부분엔 크게 관심이 없다”며 “교회학교에 관심을 갖는 교회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교회는 사라지는 시대가 언젠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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