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솔직한 기도, 놀라운 응답



저는 어려서부터 발이 컸습니다. 발 크기가 300㎜가 넘다 보니 학창 시절에는 발에 맞는 신발을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10년 전 목사 안수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가 사는 지역에 대형 아울렛이 생겨 구경을 갔다가 고급 신발 판매점에서 제 발에 맞는 구두 두 켤레를 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이 구두 신고 심방 잘 다녀라”라는 말과 함께 신발을 주고 갔습니다.

사실 신발을 받기 며칠 전 저는 하나님께 “아버지, 저도 제 발에 꼭 맞는 세련되고 좋은 브랜드의 구두를 신고 싶습니다”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목사로서 부끄러운 기도였습니다.

친구에게 신발을 받고 저는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방을 다닐 때마다 저는 성도들에게 “우리는 성숙한 하나님의 자녀로 내 유익보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기도하셔야 합니다”라고 권면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모습과 달리 목사로서 부끄러운 기도였음에도 응답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부끄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성경에 나오는 일명 ‘학부모의 치맛바람’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예루살렘 입성을 앞두고 계실 때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가 두 아들을 앞세우고 예수님을 찾아와 대면합니다. 그녀는 솔직한 바람을 예수님께 말합니다(20~21절). 마리아의 요구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왕이 될 때 자신의 두 아들에게 고위직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로서 자식에 대한 애정과 한편으론 욕심이 드러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어느 어머니라도 자신 앞에 예수님이 계신다면 자식들을 위해 이런 요청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녀의 요청을 예수님은 거절합니다(22절). 예수님 좌우편에 앉는 영광은 예수께서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그들이 앉게 될 것이라고 선포하십니다(23절).

거절된 것처럼 보이는 이 어머니의 기도는 사실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단 것을 성경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형인 야고보는 예수님의 제자 중에서 가장 먼저 순교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행 12:2) 동생 요한은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순교를 당하지 않고 하늘과 미래의 일들을 보고 기록했습니다.(계 1:19) 어머니는 단지 그의 아들들이 당대의 유력자가 되기를 원했으나, 하나님의 응답은 그녀의 바람보다 크고 놀랍게 이뤄졌습니다.

두 사도의 이름과 믿음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성경을 통해 기억되며 존경받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크고 놀라운 일들, 즉 높은 수준의 기도를 응답해 주십니다. 또한 수준이 낮아 보이고 자신의 욕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기도들까지도 인간의 기준을 넘어 놀라운 형태로 이뤄 주십니다.

지금도 친구가 사준 구두는 새것같이 멀쩡해 그 신발을 신고 심방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방 중에 목사의 수준에 맞지 않는 기도를 드린 일과 그런 기도에도 기쁨과 만족으로 응답해 주신 하나님을 간증하며 신발을 성도들께 보여 드립니다.

어린아이는 속에 있는 것을 숨기지 않고 부모님께 떼를 씁니다. 어린아이처럼 솔직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바람을 우리의 기준보다 더 놀라운 결과로 인도하십니다. 성도 여러분도 하나님께 진솔하게 기도하며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알아가시길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남요한 목사(추광교회)

◇추광교회는 제주시 상추자도 내 유일한 교회입니다. 1951년 10월 설립 후 추자도의 영혼 구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996년부터 추자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추자관광협동조합’에 법인으로 참여해 추자도 지역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