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찌면 미각이 둔해져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된다. 그 이유가 밝혀졌다.
코넬대학의 로빈 댄도 식품영양학 교수 연구팀은 살이 쪄 비만해지면 혀와 구강에서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감칠맛(우마미) 등 5가지 맛을 감지하는 미각 세포의 집합체인 미뢰(taste bud)의 수가 감소한다는 쥐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AP 통신과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0일 보도했다.
비만한 쥐는 날씬한 쥐에 비해 미뢰가 25%나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지방이 14% 또는 58% 함유된 먹이를 주었다. 8주가 지나자 예상대로 지방을 많이 먹은 쥐들은 적게 먹은 쥐들보다 체중이 30% 더 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만해진 쥐들은 다른 쥐들에 비해 미뢰의 수가 25%나 줄었다고 댄도 교수는 밝혔다.
미뢰의 수는 줄었지만, 각각의 미뢰에서 5가지 맛을 구분해서 담당하는 세포들의 비율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나의 미뢰는 5가지의 서로 다른 맛을 감지하는 50~100개의 미각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평균수명은 고작 10일이다.
미뢰 세포는 성숙기가 지나면 세포사멸 메커니즘에 따라 자연적으로 죽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댄도 교수에 따르면 미뢰 전체가 새 미뢰로 바뀌는 평균 회전 기간은 약 4주라고 한다.
비만은 만성적인 경도 염증(chronic low-grade inflammation) 상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조직은 염증 촉진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을 만드는데 이 중 하나가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분자인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tumor necrosis factor-alpha)이다.
지방을 많이 섭취한 쥐들은 미뢰 주위에 TNF-α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유전조작을 통해 TNF-α의 기능을 무력화시키자 체중이 늘어도 미뢰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반대로 날씬한 쥐의 혀에 TNF-α를 직접 주입하자 체지방은 적은데도 미뢰의 수는 줄어들었다.
전체적인 결과는 만성적인 고지방식 노출로 인한 체지방 증가가 경도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이것이 미뢰의 신구 세포가 회전하는 메커니즘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댄도 교수는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비만한 사람의 둔해진 미각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생물학'(PLoS-Biology) 3월 20일 자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