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때나 마주앉겠다"…美에 포문 연 김계관이 '결자해지'

북미정상회담 '재고' 발언 김계관,이젠 사태수습에 재등장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응할 인물로 또다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웠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계관 제1부상이 '위임에 따라' 담화를 발표했다며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담화 전문을 게재했다.

북미 핵 협상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 제1부상은 지난 16일 개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측에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카드를 처음으로 던진 바 있다.

당시 김 제1부상은 '리비아식 핵포기' 등을 거론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직설적으로 비난하면서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그간 물밑 협상을 해오던 북한이 처음으로 수면 위로 나와 포문을 연 것이다.

이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24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원색 비난하며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 위협한 것은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결정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제1부상이 다시 나서서 북미정상회담 용의를 강조한 것은 대미 비난의 물꼬를 튼 인물로 소위 '결자해지'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제1부상은 과거 북한의 대미외교 주역으로서 북핵 6자회담이 활발하게 가동되던 2004∼2008년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2005년 '9·19 공동성명' 도출에 참여하기도 한 인물이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북핵 협상국면이 중단되며 김계관의 대외 활동도 뜸했고, 현 북미협상 국면에서도 협상 주요라인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가 지난 16일 담화를 발표한 것 또한, 실제 협상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라인이 주된 역할을 하는 가운데 김 제1부상에게 볼턴 보좌관을 저격하는 일종의 '악역'을 맡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이 이런 김계관을 내세워 이례적으로 '예의 있는' 톤으로 대화를 계속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나름의 성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공식기구 명의의 성명이나 담화보다 개인 담화라는 형식을 택해 유연한 대응 모습을 보이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불러온 '결정타'로 최선희 부상의 담화를 지목했지만, 김계관 제1부상이 나선 것은 그가 최 부상의 직속상관으로서 보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똑같이 대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간다"며 "상황을 깨지 않으면서 대화의 방향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담화가 빨리 나왔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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