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월 이상 거주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보험료 체납 시 체류기간 연장·재입국 시 불이익
외국인 B씨는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하자 진료 목적으로 2016년 6월 초 입국해 한국 직장가입자인 사위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한 후 22일간 입원 진료를 받았다. 이후 가입 2개월 후인 2016년 8월 출국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천50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외국인이 한국 건강보험에 가입한 후 고가의 진료를 받고 출국해버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건복지부가 관련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체류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6개월 이상 머무를 경우 선택이 아닌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토록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안'을 7일 국가현안점검조정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 3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 및 재외국민(직장가입자 및 직장 피부양자 제외)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건강보험에 지역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6개월 이상 체류하면 지역가입자로 의무 가입해야 한다.
그동안 외국인의 임의가입과 비교적 짧은 체류기간 요건은 고액의 진료가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입국한 뒤 건강보험에 가입해 진료 후 출국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3년간 진료받은 후 출국한 외국인은 2만4천773명, 이들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액은 169억원에 달한다. 실제 5년간 건강보험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외국인은 24만명으로 내국인의 3.7배 규모다.
지난 2~3월 복지부가 총 2만7천134명의 외국인 부정수급 의심사례를 점검한 결과에서는 145명이 적발됐다. 이 중 300만원 이상의 고액 진료를 목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외국인도 44명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외국인에 대한 미비한 제도가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저해하고 건보 공단의 불필요한 재정 누수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복지부가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것이다.
또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치료가 필요한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했다.
그간 외국인은 국내에 소득·재산이 없거나 파악하기 어려워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부분도 개선된다.
앞으로 외국인 지역가입자 세대에는 전년도 건강보험 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영주권자, 결혼이민자의 경우 현재와 같이 보유한 소득·재산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한다.
외국인이 건강보험료를 체납했을 경우의 효과적인 징수 수단이 없었다는 지적도 받아들여 앞으로는 체류기간 연장 허가, 재입국 등 각종 심사 시 불이익을 줄 예정이다.
외국인이 건강보험 자격을 잃고도 급여를 이용하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 체류기간 만료, 근로관계 종료 등의 상황도 법무부와 협조해 면밀히 파악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증 대여·도용 등 부정수급 시 처벌 수준을 현행 징역 1년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에서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원 이하로 강화하고,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해 부정수급 신고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이번 방안으로 외국인과 재외국민 건강보험 자격관리의 미비점을 보완해 도덕적 해이를 막고 내·외국인 간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법령 개정 등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재외국민을 포함한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총 91만3천명이다. 이 중 직장가입자가 45만2천명, 피부양자가 19만1천명, 지역가입자가 27만명이다.
외국인 가입자 대상 보험료 수입은 9천167억원, 급여비는 6천677억원으로 전체 재정수지는 2천490억원 흑자다. 그러나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수입은 1천1억원인데 비해 급여비 지출은 3천52억원으로 2천5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막는다…최소 체류 3→6개월
입력 : 2018-06-07 10: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