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140분 담판→화기애애한 오찬→역사적 서명…숨가쁜 한나절

오전 9시부터 140여분간 단독·확대정상회담 이어 50분가량 업무오찬
오후 1시 43분 공동성명 교환…일정 마친 두 정상 이날 나란히 귀국길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 AFP=연합뉴스]

세계의 눈이 쏠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짧지만 빡빡한 한나절을 함께 했다.

한국전쟁 정전 후 70년 가까이 적대관계를 이어온 양국 정상의 만남이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정상은 압축적으로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미국 동부시간 오후 8시)께 숙소인 시내 샹그릴라 호텔을 떠나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로 향했다.

잠시 뒤인 오전 8시 12분께 김 위원장도 하룻밤을 머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무장한 경호차량 20여대의 호위를 받으며 회담장으로 출발했다.

양 정상의 숙소는 불과 570㎞ 거리여서 앞서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회담장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 위원장 일행이 숙소 출발 후 약 20분이 지난 오전 8시 30분께 카펠라 호텔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대기하던 김 위원장은 오전 8시 53분께야 통이 넓은 검은색 바지에 검정색 인민복 차림으로 왼쪽 겨드랑이에는 서류가방을, 오른손에는 갈색 뿔테안경을 들고 차에서 내려 호텔로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는 회담 직전인 오전 8시 59분께 회담장 앞에 도착했고 빨간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회담장 입구 레드카펫에서 비로소 한 자리에 선 양국 정상은 미소를 머금고 걸어 나와 12초간 악수를 하며 가벼운 담소를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어깨를 가볍게 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성조기와 인공기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마쳤고 이후 단독 회담장으로 향했다.

회담장에 들어서기 전 두 정상은 다시 손을 맞잡았고 이어진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회담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배석자 없이 통역만 대동하고 이뤄진 단독 정상회담은 오전 9시 16분께부터 9시 52분까지 약 36분간 진행됐다.

이후 단독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2층 옥외 통로를 따라 확대정상회담 장소로 함께 이동했는데 잠시 발코니 앞에서 담소를 나누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두 정상은 곧이어 배석자들이 함께하는 확대정상회담에 들어갔다.

확대정상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 위원장은 "앞으로 도전들에 직면하겠지만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둘러싼 온갖 회의론과 억측들을 극복했고 나는 이번 회담이 평화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번 회담이 평화를 위한 좋은 전주곡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것(도전들)을 해결할 것이고 나는 당신(김 위원장)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길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확대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이,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100여분간 진행된 확대정상회담은 오전 11시 34분께 끝났다.

이어진 업무 오찬에는 미국 측에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의제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 합류했다.

북측에서는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한광상 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오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찬 메뉴에 햄버거는 포함되지 않아 기대를 모았던 양국 정상의 '햄버거 대좌'는 불발됐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의미를 살려 미국과 북한, 싱가포르 현지 음식이 어우러졌다.

단독·확대정상회담과 50여분간의 오찬까지 함께한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오찬장을 나섰고 통역 없이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와 카펠라 호텔 정원을 1분여 동안 산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공동성명에) 서명하러 이동 중"이라며 "정말 환상적인 회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다시 서명 장소로 이동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업무오찬을 마친 뒤 산책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연합뉴스] 

이후 이날 오후 1시 39분께 서명식장의 육중한 문을 열고 함께 나란히 걸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대형 원목 테이블 앞에 앉았고 이어 각자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건네는 공동성명 서류를 받아들고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중요한 문서에 서명한다"라고, 김 위원장은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양국 정상은 오후 1시 43분께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의 박수 속에 세계가 기다려온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을 교환하고 악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명식이 시작된 지 6분여 만인 오후 1시 45분께 자리에서 일어나 재차 악수하고 환하게 웃으며 서명식장을 나섰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성명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공식적인 회담 일정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15분께 기자회견을 하고 오후 7시께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서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이용했던 중국 고위급 전용기 2대도 이날 오후 베이징에서 이륙해 싱가포르에 오후 6∼7시께 도착할 것으로 예상돼 김 위원장도 이날 저녁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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