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회귀 FCC 폐지결정 발효…구글·넷플릭스 등 강하게 반발
미국 전역에서 11일부터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이 폐지됐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서비스를 전기·수도와 같은 일종의 공공재로 간주해 망(네트워크) 사업자(통신회사)가 웹 콘텐츠를 함부로 차단하거나 감속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의 내용에 따라 속도나 망 이용료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제정돼 2년 넘게 운용됐다. 인터넷상에서 '정보의 평등 접근권'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공화당이 장악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해 12월 망 중립성 원칙 폐기 여부를 표결에 부쳐 3대 2로 폐기안을 통과시켰다. 약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인터넷 서비스에 망 중립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게 됐다.
USA투데이는 "망 중립성 원칙은 이제 역사가 됐다"고 전했다. IT 매체 '더 버지'는 "망 중립성은 드디어 사망했다"고 알렸다.
망 중립성 폐기로 당장 소비자의 인터넷 서비스가 먹통이 되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IT 매체들은 전망했다.
그러나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업계가 얽힌 네트워크 산업에는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버라이즌, 컴캐스트 같은 통신사업자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거나 특정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막강한 '갑'의 권한을 휘두르게 된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IT 기업들은 네트워크 트래픽에 관한 한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미국 내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많이 소모되는 동영상을 서비스해야 하기에 그만큼 트래픽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망 중립성 폐기에 강력 반발하며 장기 법적 싸움을 예고했다.
향후 많은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특정 서비스에는 우선 순위를 부여하면서 다른 서비스에서는 트래픽 병목 현상을 만들고 의도적으로 데이터 소통을 어지럽히는 현상(메싱)까지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IT 매체들은 경고했다.
넷플릭스 외에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오픈 인터넷'을 보호해야 한다며 연대 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망 중립성 원칙 폐기는 인터넷 통신 정책의 보수 회귀로 평가돼왔다.
폐기를 주도한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통신회사 버라이즌 출신으로 강한 보수 색채를 띠고 있다.
연말 표결에서는 5명의 FCC 위원 가운데 공화당 추천 인사 3명이 찬성했다.
최근 미국총기협회(NRA)는 망 중립성 폐기의 공로로 파이 위원장에게 수제 장총을 선물하기도 했다.
미 상원에서는 최근 인터넷 망 중립성을 유지하는 법안을 표결해 찬성 52표, 반대 47표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법안 입안까지는 갈 길이 멀다.
미국 내 여러 주 중에서도 워싱턴, 오리건 등이 이미 주 정부에서는 망 중립성을 유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캘리포니아도 망 중립성 유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승우 기자 newyork@kukminusa.com
미국 인터넷 '망 중립성 원칙' 11일부터 폐지
입력 : 2018-06-12 11:3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