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미 뒤흔드는 불법이민 아동격리…반발 확산 속 수습 움직임도

주지사들도 '반기', 주방위군 철수…항의시위 등 여론 악화
트럼프, 파장 커지자 공화당 절충안 지지 의사…민주당은 반대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자 자녀를 격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난민 정책이 미국 사회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들의 범죄를 막고 이들을 기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하지만, 비인도적인 정책이라는 반발이 정치권과 재계로 번지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은 확산하는 비난 여론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듯 절충안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당은 격리 정책의 중단을 요구해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지난 5월 5일부터 이달 9일 사이에 어린이 2천342명을 부모로부터 격리했다.

 
트럼프 '밀입국 부모-자녀 격리'에 분노 확산. [연합뉴스TV 제공]

◇ 트럼프 "밀입국 부모-아이 격리 불가피…민주당 탓"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미국자영업연맹(NFIB) 75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나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하고 싶지 않지만, 불법 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려면 아이를 격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민주당원들은 범죄를 신경 쓰지 않고, 불법 이민자들이 얼마나 나쁜지 상관없이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와 들끓기를 원한다. 마치 MS-13(폭력조직)처럼"이라며 이번 논란의 책임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이민자 캠프, 난민 수용시설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내 임기 동안에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19일 텍사스주 토닐로에 설치된 불법이민자 자녀 격리시설에서 아이들이 텐트 사이를 한 줄로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무관용 정책'으로 부모와 격리된 이민자 자녀의 수가 급증해 기존 보호시설을 꽉 채우자 미 보건당국이 임시로 마련한 시설이 토닐로 통관항의 이른바 '텐트시티'다. [연합뉴스]

◇ 주지사들, '무관용' 이민정책에 반발…여당서도 반대 목소리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공화당에서도 아동격리에 반대하는 의원이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 잠룡 중 한 명인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악랄하고 사악한 것"이라고 아동 격리 정책을 비난했다.

민주당 중진인 빌 넬슨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정부는 국경에서 가족을 분리하는 비인도적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작년 대선에 출마했던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격리 수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코닌 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관용' 이민정책에 반발한 주지사들은 국경 보안을 위해 배치한 주(州) 방위군을 철수하기로 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임에도 주 방위군 소속 헬기와 탑승 인력에 현재 임무 수행 중인 뉴멕시코 주 국경지대에서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같은 당의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아동격리 정책을 문제 삼아 주 방위군 파견 계획을 백지화했다.

민주당 소속인 로드아일랜드, 콜로라도, 뉴욕 등의 주지사들도 국경에 주 방위군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의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이민정책 주무부처 수장인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의 사임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자영업연맹(NFIB) 75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불법 입국한 부모에게서 아이를 격리하는 자신의 이민정책에 대해 밀입국 부모를 기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 재계 "비인도적 이민정책" 성토…항의시위 동참 호소
    주요 기업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성토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정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불법 이민자에게 법률·통역지원을 하는 시민단체들에 대한 기부를 독려했다.

이란 이민자 출신인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비도덕적이고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트윗 글에 가족을 '생이별'시키지 말자는 의미의 해시태그(#KeepFamiliesTogether)를 달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국경에서의 아동 강제격리에 경악했다"면서 "제2차대전 이래 가족통합은 미국 법과 정책의 기저였다"라고 지적했다.

제러미 스토펠먼 옐프 CEO는 이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오는 30일 열린다며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미국 최대 기업조직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척 로빈스 회장은 "(가족 분리는) 미국의 가치에 반한다"고 비판했으며, 토머스 도너휴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아동 격리 말고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 여론 뭇매에 공화당, 법 손질 추진…트럼프 '절충안' 지지 의사
    아동격리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은 28%에 불과하고 반대는 57%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는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지난 16∼19일 조사한 것이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아동격리 정책의 파문이 커지자 이민법 개정안 발의 작업에 착수했다.

이 개정안에는 미성년 아동들이 부모와 함께 수용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현재 20일로 제한된 아동 구금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가족들이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이들에 대한 추방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에서 공화당 발의 법안이 통과되면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라즈 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회동 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 법률적 허점 봉쇄, 비자 추첨제 폐기, '연쇄 이민' 제한과 함께 가족 구금을 허용함으로써 격리 문제를 해결하는 이민법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당신들 뒤에 있다"며 "1천%" 지지를 약속했다는 것이 회동에 참석했던 의원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동을 위해 의사당을 방문했을 때 격분한 민주당원들의 야유를 받았다고 미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히스패닉계 의원 모임인 '의회 히스패닉 코커스'(CHC)의 일부 여야 의원은 국경에서 몸수색 당하는 엄마를 보며 울고 있는 온두라스 아이 사진 등을 들고 항의했으며 한 의회 인턴은 "대통령, 엿 먹으라"고 욕을 하기도 했다.

한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 개정안과 관련, "이런 법안은 필요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격리 정책의 중단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