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식 거래량 27%가 공매도
"머스크, 상장사로서 받는 간섭 싫어해"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7일 테슬라의 상장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월가를 뒤흔들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서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공개회사로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은 확보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장폐지 계획은 "테슬라가 가장 사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회사로서 분기마다 실적을 보고하는 것에 대해 머스크는 "해당 분기에는 옳은 결정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꼭 옳다고 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도록 테슬라에 엄청난 압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주식이 증시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테슬라가 공매도, 즉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사람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주식이 하락하는데 베팅하는 사람들의 "공격"도 상장폐지를 검토하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테슬라가 증시 역사상 가장 공매도가 많은 종목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실제로 마킷 자료에 따르면 거래되는 테슬라 주식의 27%가 공매도 물량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머스크는 또한, 테슬라 직원은 모두 주주이기도 한 상황인데 주가가 널뛰기하면 집중에 큰 방해를 받는다고도 했다.
그는 "모두가 일에 집중하고, 장기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며, 우리의 성취를 해치려는 사람들을 부추기는 것이 없을 때 테슬라가 가장 좋은 환경에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세운 또 다른 기업인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가 "완벽한 예"라면서 이 회사에 대해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주된 이유는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슬라의 상장을 폐지하면 스페이스X와 비슷한 구조가 될 것이라면서 직원과 투자자들이 6개월마다 주식을 사거나 팔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슬라가 스페이스X와 합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트위터 답글에서 상장폐지가 "큰 두통거리를 없애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투자자가 계속 테슬라에 남아있기를 바란다면서도 원하면 현 주가에 20%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20달러에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600억달러를 넘는다.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나온 테슬라의 상장폐지 검토 소식은 월스트리트에 던져진 폭탄이었다고 FT는 전했다. 테슬라 주식은 이날 오후 한동안 거래가 중단됐다가 폐장 15분 전부터 다시 거래돼 11% 오른 379.5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머스크는 상장폐지를 준비하기 위해 확보했다는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앞서 FT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테슬라 지분 3∼5%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아직 최종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주주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테슬라가 향후 더 완만하고 예측 가능한 성장의 단계에 접어들면 주식시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머스크의 트윗이 나온 뒤 상장폐지 계획의 진위에 대해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머스크는 과거 때때로 트위터에 농담에 가까운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매수 가격으로 제시한 '420'이 마리화나를 지칭하는 코드여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머스크가 트위터에 거짓 글을 올렸다면 머스크는 곤란에 처할 것이다. 이는 증권 관련 규정 위반"이라고 FT에 말했다.
머스크가 터널 굴착회사 보어링 컴퍼니를 시작할 때도 농담처럼 트윗을 올렸는데, 이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시카고 등과 계약을 하고 현재 시범적으로 굴착 사업을 진행 중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CFRA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라임 레비는 상장폐지와 관련, "머스크가 상장사여서 받는 간섭을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 5월 실적 발표회에서 애널리스트들이 테슬라의 재무 상태와 전망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요구하자 "지루하고 멍청이 같은 질문"이라며 이들을 몰아붙였다.
그는 지난 주말에는 아돌프 히틀러를 다룬 영화 '다운폴'의 한 장면을 재구성하면서 공매도하는 사람들을 재차 비난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2003년 창립 이후 매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최근 현금 흐름이 좋아졌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CFRA리서치의 레비는 테슬라가 상장을 폐지하더라도 신차를 내놓고 새 공장을 지으려면 자금을 계속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지지를 변함없이 받을지가 문제"라면서 "부채가 많은 비상장 회사로서는 위험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테슬라 상장폐지 검토"…머스크 '폭탄발언'에 월가 요동
입력 : 2018-08-08 11:4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