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에 실려 달에 다녀온 성경이 있다. 일명 ‘달 성경(The Lunar Bible)’이라고 불리는 이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우주에도 전하자는 취지로 제작됐다.
달 성경은 정사각형으로 한 변이 1.625인치(4.1275㎝)에 불과하다. 우주여행에 휴대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 작은 공간에 킹 제임스 버전 성경 1245페이지가 모두 새겨져 있어 현미경을 사용해야 읽을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우주 탐사 프로그램에 종사했던 크리스천들로 구성된 ‘아폴로기도연맹(Apollo Prayer League)’이 달 성경을 제작했다. 아폴로기도연맹은 나사에서 과학자로 근무했던 존 스타우트 목사가 1967년 아폴로 1호 승무원 3명이 훈련 중 일어난 화재로 숨지자 이들을 기리기 위해 이듬해 조직한 기도모임이다.
아폴로기도연맹은 69년 아폴로 12호, 70년 아폴로 13호에 각각 초소형 성경을 담아 보냈으나 성경을 달 표면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달 성경은 아폴로 14호를 통해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71년 1월 31일 미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출발한 아폴로 14호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며칠 뒤인 2월 5일 달 표면에 안착했다. 아폴로 14호에는 애초 300개의 성경이 실려 있었다. 3명의 우주비행사 중 달착륙선 조종을 맡았던 에드가 미첼이 가방에 성경 100개를 넣고 달 표면을 밟았다. 100개의 성경 중 우주비행사 미첼과 스타우트 목사의 서명이 모두 담긴 11개만 달 성경으로 인정받았다.
달 성경은 종종 미국 경매시장에 출품되기도 한다. 2014년에는 댈러스 경매에서 7만 5000달러에 낙찰됐다. 지난 26일에는 로스앤젤레스의 네이트 샌더스 옥션에 5만 달러에 올랐으나 유찰됐다.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달에 남겨진 성경도 있다. 71년 7월 30일 달에 착륙한 아폴로 15호의 우주비행사 제임스 어윈은 달 탐사선 ‘로버’의 대시보드에 성경을 남겨 놓았다. 과연 누군가 그 성경을 읽어보았을까.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달 성경’을 아시나요
입력 : 2018-08-08 2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