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강간 미수와 살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사형수에 대해 십자가형이 집행됐다고 사우디 국영 SPA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형수는 미얀마 국적으로, 총을 쏘며 민가에 침입해 물건을 빼앗은 뒤 이 집에 있던 같은 국적의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살해한 중범죄를 저질렀다.
사우디는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적용해 살인, 강간, 간통, 동성애, 마약 유통, 무장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가차 없이 사형에 처한다.
사우디에서 사형 집행은 교수나 참수하는 방식을 보통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십자가형은 이례적이다.
사우디의 십자가형은 산 채로 못을 박는 중세와 다르게 먼저 참수한 뒤 시신을 십자가에 매달아 공공장소에 현시한다.
2010년 한 남성이 사우디에서 여성을 강간·살해하고 이 여성의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십자가형을 받았다. 동성애나 반정부 활동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경우도 종종 십자가형으로 집행한다.
사우디는 중국, 이란에 이어 사형 집행 건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에선 146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사우디 정부에 사형 집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인권 후진국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최근 사우디가 인권 운동가의 구속 문제로 캐나다와 외교 분쟁이 심화하는 시점에 사우디에서도 드문 십자가형을 집행했다는 사실을 국영 언론사를 통해 공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와 관련, 사우디 외무부는 8일 "캐나다와 갈등은 인권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다. 사우디는 다른 나라의 훈계나 내정간섭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자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서방의 비판을 거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