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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선 비핵화 조치' 미 요구 거부 고수…길어지는 샅바싸움

외무성 대변인 담화 통해 미국 내 대북 강경 목소리 견제
일부관리 비판·트럼프 신뢰는 재확인…판 깰 의사 없는듯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DC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1개월여 만에 내놓은 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선(先) 비핵화 조치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북미간 샅바싸움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 직후인 지난달 7일자 담화의 기조에서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자신들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 비핵화 관련 조치들을 취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했음에도 미국이 대북 안전보장 조치를 내놓기는 커녕 '선 비핵화'를 고집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거기에 더해 최근 미 행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 주의보와 대북 거래 연루 개인 및 법인에 대한 제재 리스트 신규 등재 등 압박 조치들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폼페이오 방북 협의 후 1개월여 소강국면을 보내는 동안 북한은 종전선언의 선행(先行)을 요구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을 위해  핵시설 신고를 필두로 한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맞서왔다. 결국, 북한의 이번 담화는 미국의 '선 비핵화 조치' 요구에 맞서 '선 종전선언' 주장을 접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특이한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분리해 대응한 점이다.

담화는 "조미(북미)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하여 일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터무니없이 우리를 걸고 들면서 국제적인 대 조선 제재·압박소동에 혈안이 되여 날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 하는 동시에 최근 비핵화의 정체 국면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 등 대북 강경파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기조를 보이는 관료들을 제압하고 종전선언 등에 적극성을 보일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이 리용호 외무상을 이란에 파견하고, 남북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먼저 제의하는 등의 흐름 속에 이번 담화가 나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만 '다걸기'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대미 협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북한이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수뇌회담 공동성명을 단계적으로 성실히 리행해나가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은 미국과의 대화 판을 결코 깰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미국의 협상태도에 대한 불만을 표하면서 종전선언 등 신뢰구축을 통한 비핵화,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협상 수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 제재가 다시 강조되는 상황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발신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 중 어느 한쪽이 좀처럼 상대 입장을 수용하고 양보할 조짐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간 샅바싸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북한이 미국 관료들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견제구를 던졌지만 비핵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기류를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한 전직 대사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수는 있어도 많은 대북 법안들은 의회에서 만들고 관료들은 법대로 집행한다"며 "미국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의 정치적 제스처들과 실제 미국 의회에서 만든 법에 따라 굴러가는 미국의 시스템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북한대로 대미 협상의 초입에서 자신들의 단계적·동시적 이행 원칙을 확고히 하려는 의중이 강해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북미간 신경전 국면이 길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중재 외교 행보도 바빠질 전망이다.

내달 9일 정권수립 70주년 9·9절을 앞두고 있는 북한으로선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만들어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필요를 느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남북 및 한미 대화 채널을 활용해 양측간 접점 찾기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13일로 잡힌 고위급 대화를 필두로 한 남북대화 계기에 우리 정부는 북미간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의 선후관계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해소하는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이란의 테헤란에서 리용호(오른쪽 ) 북한 외무상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테헤란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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