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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왜 사우디 감싸고 도나…"돈·원유·채권·이란 때문"

WP 칼럼 "사우디-트럼프 사적 금전관계가 美외교정책 좌우"
이란 원유수출 봉쇄 계획도 차질 우려…"폼페이오 급파한 것도 그 때문"
블룸버그 "사우디, 원유·미국 채권·이란을 무기로 활용 가능"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 진상을 두고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사우디 왕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정부에 의해 살해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솟구친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사우디 국왕과 통화한 뒤 "그(국왕)는 모르는 것처럼 들렸다"고 말하는가 하면, 16일 AP통신 인터뷰에서도 "'무죄 입증 전까지는 유죄'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사우디 정부의 유죄를 단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사우디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국이긴 하지만 이처럼 국제사회의 비난이 들끓는 예민한 사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대놓고 사우디 편을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칼럼니스트 폴 월드먼은 16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그와 사우디의 사적 금전 관계에 기인한 것이라며 대통령 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미국의 외교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우려스런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월드먼은 "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그렇게도 좋아할까. 그들이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는 부를 축적하는 데 전 일생을 바친 사람으로, 미국의 어떤 다른 대통령도 트럼프만큼 이 문제로 우려를 산 적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사랑'은 그의 이전 발언들에서도 확인된다.

일례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2015년 앨라배마 유세에서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 나는 그들 모두와 잘 지낸다. 그들은 내 아파트를 사준다. 4천만 달러, 5천만 달러를 쓴다"며 "난 그들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그와 사우디의 사업 관계가 더욱 활발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드먼에 따르면 사우디 로비스트들은 지난해 워싱턴 트럼프 호텔을 이용하는 데 27만 달러를 썼고, 올해 역시 뉴욕과 시카고에 있는 트럼프 호텔의 사우디 방문객 숫자가 부쩍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미 법무부 자료를 인용, 사우디 정부가 미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하거나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미국의 변호사, 로비스트, 홍보 전문가들에게 연간 약 600만 달러(약 67억 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사업체를 경영하며 외국 정부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얻은 혐의, 즉 헌법상 반부패 조항인 '보수 조항'(Emoluments Clause)을 위반한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또 자신에게 금전적으로 호의를 베풀거나 자신을 추켜세워주는 사람에게 관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나르시시즘적' 성향 역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방문 시 그에게 외형적으로 성대한 접대를 베푼다거나, 반대로 미국 방문 시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호텔을 이용한다든지 하는 것도 그의 성향을 이용해 환심을 사고자 하는 전략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처럼 미국과 사우디가 마치 말을 맞춘 듯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려는 움직임에 여러 해석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와의 금전적 관계를 부인하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트위터에서 "공식적으로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와(그 문제라면 러시아와도)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며 "내가 금전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 동맹이 되는 국가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우디에 정면으로 맞서기를 주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정부의 한 관리는 "미국은 사우디와 오랜 동맹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것이 이번 사건을 외면하거나 경시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고 AFP는 덧붙였다.

다음 달 5일부로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전면 봉쇄하는 제재 조치를 부활하는 것도 미 정부가 이번 사건의 파문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하더라도 국제유가가 급상승하지 않도록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안을 사우디와 협의해왔는데, 이번 사건 파문으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사우디로 급파한 것도 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사우디 출장 불과 몇 시간 전에 출장 통보를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사우디가 이번 사건과 관련, 미국의 압박을 받으면 원유와 미국 채권, 이란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의 산유국일 뿐 아니라 2016년 기준 1천170억 달러(약 131조8천억원) 규모의 미국 채권을 보유한 국가다. 이는 미국 채권 보유국 상위 12위 안에 드는 것이다.

따라서 사우디는 유사시 미국 국채를 처분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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