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유지·정상회담 '양갈래' 대북메시지…北 반응 주목

연기된 북미고위급회담 조기개최 여부가 한반도 정세에 변수
 
트럼프 대통령


북미 고위급 회담 일정이 다시 조율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 메시지가 '제재'와 '대화' 양갈래로 나오고 있다.

부통령과 국무장관이 제재를 강조한 데 이어 백악관 발로 북미정상회담 개최 입장이 재확인됐다. 제재를 지속하면서도 대화 동력을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메시지가 나옴에 따라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개한 북한 미공개 미사일 기지 운용 의혹에 대해 "새로운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북미대화의 동력 유지 측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뉴욕타임스(NYT)가 CSIS 보고서를 대서특필한 것을 계기로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협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고 자신의 외교 치적에 대한 비판과 견제에 맞서려는 시도로 읽힌다.

또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우리는 북한 인사들에게 대통령이 연초 김정은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지난 8일로 잡혔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고위급 회담이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북미대화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내년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한다는 구상에는 변함이 없음을 트럼프의 핵심 참모가 확인한 것이다.    
이번 백악관발 메시지와 달리 지난주 중간선거 직후 미국 고위급들의 대북 메시지는 '제재망 다지기' 쪽에 강조점이 찍혀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9일 미중 외교·안보 대화를 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북제재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강조했고, 펜스 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던 것.

이런 상황에 비춰볼 때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북한이 판을 깨고 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동시에 제재를 통해 보다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관심은 이런 미국의 양 갈래 메시지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다. 연기를 요청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을 조기에 개최하려 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고위급 회담 일정이 다시 잡히길 바란다며 북미가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미간의 비핵화, 상응조치를 둘러싼 이견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신들이 이미 실행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진행중인 핵·미사일 실험 중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폼페이오 장관과의 협의 때 약속한 풍계리·동창리(미사일 엔진 실험장 및 발사대 소재지) 사찰단 수용 등의 대가로 미국이 제재를 완화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 제재 문제에 관해서는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미동도 없다.

최근 핵 개발과 경제건설을 병행하는  이른바 '병진노선'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던 북한이 제재를 강조한 펜스-폼페이오의 메시지와, 대화동력을 중시한 트럼프-볼턴 메시지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할지 관심을 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4일 "미국이 '역할 분담'에 의해 전략적으로 대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북한으로선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북미 고위급 회담이 지체되면 양측 모두에게 손실이 있고, 협상 회의론이 커질 수 있으니 이달 중으로는 북미고위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제대로 된 신고·검증을 이루기 위해 제재는 유지한다는 기조이고, 북한은 시간을 두고 미국의 입장 변화를 견인하려는 기류 같다"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의제를 둘러싼 입장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고위급 회담이나 실무회담보다는 정상회담으로 직행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폼페이오와 김영철
지난 7월7일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오른쪽) 국무장관이 오찬장에서 김영철의 안내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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