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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진 재외동포영사실장 "재외국민 보호에 최선 다하겠다"

"사이판 태풍 신속 대응으로 보람 느껴"…연말까지 새 여권 시안 확정 
"재미동포 하원 진출은 쾌거"…다른 나라로도 정치력 신장 사업 확대 

 
이상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이 지난 16일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초강력 태풍 '위투'가 미국령 사이판을 강타하자 공항이 폐쇄돼 2천 명 가까운 한국인 여행객의 발이 묶였다. 호텔에는 단수와 정전 사고도 이어져 이들은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됐다.

정부는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외교부 신속대응팀 급파, 공군 수송기 투입, 구호물품 지원 등을 결정했다. 군용기가 우리 국민을 긴급구호하려고 해외에 출동한 것은 처음이었다. 현지에 고립된 여행객 가운데는 미국·일본·중국인 등도 있었지만 군용기를 보낸 것은 한국이 유일했고, 정부 관계자가 도착한 것도 한국이 가장 먼저였다.

이상진(56)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10번째로 '해외 체류 국민 보호 강화 및 재외동포 지원 확대'를 내세운 만큼 재외국민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외동포영사국을 재외동포영사실로 확대하는 조직 개편에 따라 3월 23일 부임한 이 실장은 외무고시가 아닌 행정고시(34회) 출신이다. 부평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 국무조정실,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등을 거쳐 국가기록원장을 지냈다. 2007∼2009년에는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 겸 영사를 맡기도 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외교부 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그에게 재외국민 보호 대책과 재외동포 지원 정책 등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사이판에 태풍이 닥쳤을 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과정을 들려 달라.

▲ 사이판에는 재외공관이 없다. 미국 호놀룰루영사관 괌출장소 관할로 영사협력원 한 명만 두고 있다. 이분과 한인회를 통해 현지 사정을 파악하니 공항 관제탑이 파괴되고 활주로에 건물 잔해가 널려 있어 민항기 이착륙이 불가능했다. 10월 26일 오전 11시에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군 수송기를 보내기로 했다. 미국은 물론 영공을 통과해야 하는 일본의 협조를 얻어 이튿날 새벽 3시 외교부 신속대응팀 4명과 구호물품을 실은 군용기가 이륙할 수 있었다. 그날 오후부터 군용기가 사이판과 괌을 10차례 왕복했다.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시간을 줄이고자 사이판 당국의 양해 아래 CIQ(세관 검사·출입국 관리·검역) 절차도 생략했다. 28일부터 민항기도 동원돼 27∼30일 우리 국민 2천18명이 사이판에서 무사히 귀국했다.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어 보람을 느꼈다.  

-- 정부 재외동포 정책의 기조를 소개해 달라.

▲ 지난해 말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의결한 '신정부 재외동포정책 추진 방향'의 골자는 4가지다. 첫째는 재외동포의 정체성 함양과 역량 강화다. 한국학교·한글학교 지원, 차세대 동포 모국 연수와 장학사업 등을 늘려가고 있다. 둘째로 글로벌 민족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세계한인차세대대회·세계한인회장대회·세계한상대회 등을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국내 귀환 동포와 해외 한인 입양인 등 소외된 동포를 돕는 것이 세 번째고, 마지막은 재외국민 보호 강화와 영사 서비스 혁신이다.

-- 지난 3월 재외동포 관련 조직을 확대·격상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

▲ 재외동포영사대사 아래 재외동포영사국을 둔 기존 조직을 바꿔 재외동포영사실장(1급) 아래 재외동포영사기획관과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을 배치했다. 소속 과도 5개에서 6개로 늘렸다. 사건·사고 전담 영사는 올해 39명을 늘렸고 내년에 20명을 추가하기로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총영사관은 내년 초 문을 연다.

-- 5월 30일 출범한 해외안전지킴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 한 해에 해외로 나가는 국민이 2천600만 명에 이르는 만큼 테러나 도난, 자연재해 등에 의한 위험이 커졌다. 해외안전지킴센텨는 재외국민 보호의 컨트롤타워로 24시간 365일 상시 운영되며 초동 단계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예전에도 영사콜센터를 가동했으나 휴일이나 심야 등 취약 시간대가 있었고 관계기관에 연결만 해주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관계부처나 유관기관과도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사건·사고나 재난·재해 소식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여행객에게 실시간 문자로 공지하고 있다.

-- '재외국민을 위한 통합 전자행정 시스템'(G4K·Government For overseas Koreans) 구축 사업은 얼마나 진행됐는가.

▲ 지금까지는 재외국민이 각종 행정서류를 발급받으려면 두 번씩 공관을 방문해야 했다. G4K가 구축되면 온라인 민원 홈페이지에서 신청한 뒤 발급받을 때만 가면 된다. 내년 3월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며 2020년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지난주 리비아 출장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 7월 6일 리비아 무장세력에게 우리 국민 1명과 외국인 3명이 납치됐다. 리비아 정부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무사 송환에 힘쓰고 있다. 지난 2∼8일 리비아를 방문해 피랍자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했으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를 리비아 당국에 전달했다.

--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2조 2항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내용을 담은 관련 법률이 없는 형편이다.

▲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재외국민보호법안이 올라가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외국민 보호 인프라 개선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영사 서비스 개선을 위한 조치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 사증(비자) 면제나 간소화 협정,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여권을 들고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는 188개국에 이른다. 일본(190개국), 싱가포르(189개국)에 이어 프랑스·독일과 함께 3위에 랭크돼 있다. 워킹홀리데이 협정도 늘리고 있는데 청년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여권민원센터에서 긴급여권을 발급받는 사유의 60% 이상이 여권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10월 15일부터 휴대전화로 여권 유효기간 만료 사전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지난 10월 15일 새 여권의 색상과 디자인 시안이 공개됐다.

▲ 최근 고도화되고 있는 위변조 기술에 대응해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전자여권을 2020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색상과 디자인도 개선하기로 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연말까지 시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 10월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일본 정부가 반발해 한일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일동포가 일본 우익 단체의 공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 현지 공관은 관할 경찰과 긴밀히 공조해 폭력 시위 등으로 우리 동포나 여행객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애쓰고 있다. 대규모 혐한 시위가 예정돼 있을 때는 '해외여행 안전 홈페이지'에 신변 안전에 유의하라는 공지문을 게시하고 있다. 동포사회와 함께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 근절 조례 제정 운동과 강연회 개최 등도 펼치고 있다.

-- 최근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인 2세 앤디 김 씨가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재외동포들이 정체성을 지키며 모국과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주국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2015년부터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재미동포 정치력 신장 사업에 힘써왔다.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캠페인도 벌이고 정치인 초청 세미나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본다. 동포 정치력 신장 사업을 올해부터는 캐나다·호주·아르헨티나·독일로 확대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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