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후보 능력·가능성 인정받아…뉴저지 앤디 김은 이정표 세워"
"돈싸움·조직싸움에 져…내년 정치판도 지켜보고 재도전 여부 결정"
"한인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뚝이입니다. 다시 일어설 겁니다."
11·6 미국 중간선거 연방하원의원 캘리포니아주 39선거구에서 투표 직후 리드를 지키다 1주일여 진행된 우편투표에서 역전패한 한인 1.5세 영 김(56·공화·한국명 김영옥) 후보가 미주 한인 선거사에서 두고두고 아쉬워할 패배를 이렇게 곱씹었다.
김 후보는 투표 다음날 2.6%포인트 차로 길 시스네로스(민주) 후보에게 앞서 있다가 우편투표 개표가 진행되면서 역전을 허용해 최종적으로 1.6%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캘리포니아 53개 하원 선거구에서 마지막까지 초박빙 접전을 펼친 선거구였다.
김 후보는 2년 후 다시 하원 선거에 도전할지에 대해 "2019년 정치판도를 잘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난 어디 가지 않는다. 충분히 다시 싸워볼 만하다"며 재도전 의향을 내비쳤다.
김 후보는 뉴저지주 3선거구에서 한인 출신으로 20년 만에 연방하원에 입성한 앤디 김(36·민주) 후보에게 "이민역사에 남을 정치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김 후보는 20일 선거 후 처음 진행한 콘퍼런스콜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간 '개표전쟁'을 치른 심경을 털어놨다. 다음은 문답.
-- 승패가 갈렸는데 소회를 밝혀달라.
▲ 당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에드 로이스 의원이 은퇴하면서 그의 지지를 받고 하원에 출마한 뒤 프라이머리를 지나고 11월 선거를 맞으며 악조건이 많았지만 최선을 다해 싸웠다. 한인 후보의 능력·가능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 이번 선거결과가 놀라웠다. 선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는데.
▲ 열심히 했는데 왜 졌을까 생각해보면 첫째 돈선거, 둘째 조직에 졌다고 본다.
상대는 정치초년생이지만 2억달러 로또 당첨자로 개인돈을 퍼부었고 민주당 내에서 큰 손 후원자들이 힐러리가 이긴 이 지역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억만금을 투자했다.
나보다 5배의 선거자금을 쏟았고 우편물, 인력 모두 어려운 싸움이었다.
아직 개표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문제점은 캘리포니아 선거에 상식으로 이해 못할 게 많다는 거다. 주의회 상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파악하기도 어렵다.
근본적인 쟁점이 있다. 더 많은 사람을 선거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지, 자격있는 유권자만 참여하게 하는 게 우선인지 그런 쟁점이다.
우리 선거구에 오렌지·LA·샌버너디노 카운티가 있는데 LA카운티에서는 감시자들이 개표에 참여하는 걸 유난히 못하게 했다. (영 김 후보는 LA카운티에서 가장 크게 뒤졌다) 자격있는 유권자가 투표하는 게 상식인데 차량국(DMV)에서 자동 등록하는 건 부정투표를 조장하는 제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유권자들의 뜻으로 담담히 받아들였고 패배 선언을 한 만큼, 부정선거였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다.
-- 패배를 인정했는데 앞으로 정치활동을 계속할 건지.
▲ 솔직히 너무 힘든 캠페인을 해서 아무런 계획없이 일단 쉬려고 한다. 많은 분이 다시 뛰라고 응원 메시지를 주는데 체력이 회복된 다음에 어떻게 할건지 생각해보겠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곳 커뮤니티, 그리고 한인사회, 한미관계에 도움이 될 건지.
분명한 건 여기가 내 집이고 30년 살았다는 점이다. 이 지역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일할 거다.
다음 선거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2년후 트럼프 아래의 공화당 후보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1년 후에는 정치판이 어떻게 바뀔지 봐야 한다.
2020년 2월 되면 후보 등록 할텐데, 2019년 정치판도를 잘 보면서 어떻게 행동을 취할지 계획을 세워야겠다. 중요한 건 난 아무데도 안 간다는 것이다.
-- 연방하원 도전 이전에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에 출마하려고 했었는데. 다시 그럴 생각은.
▲ 노코멘트다. 그 때는 로이스 의원의 은퇴를 상정하지 못할 때였다. 로이스 의원이 은퇴한다는 말을 듣고는 이런 기회가 더 오지 않는다, 한인 커뮤니티에도 좋은 기회라고 봤다. 안 뛸 이유가 없었다. 안 하면 바보라고 생각했다.
-- 오렌지카운티가 공화당 텃밭에서 유권자 성향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공화당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건가.
▲ 성향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민주당이 2016 선거때 오렌지카운티에서 힐러리가 이기니까 이번 기회에 완전히 바꿔보자고 (블루) 웨이브 캠페인을 한 것이다. 민주당이 잘한 건 후원자를 잘 설득해서 엄청난 후원과 조직을 한 것이다.
2020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화당도) 변화하는 모습을 볼 거다. 민주당이 그랬듯이 깨어나야 한다. 이번에 오렌지카운티에서 참패할 거라 믿기 어려웠는데 현실 확인이 된 셈이다. 풀뿌리부터 조직 캠페인을 잘하면 2년 후 충분히 다시 싸워볼 만하다.
-- 2년 동안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 같나.
▲ 캘리포니아에선 세금이 인상되는 모습을 볼 거다. 거기에 힘들어하고 불만을 토하는 주민이 많아진다.
캘리포니아가 트럼프 감세 혜택을 많이 체감하지 못한 건 이미 세금이 너무 올라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에서 느낀 혜택을 못 느꼈다.
트럼프 이민정책에 관한 한 나는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많이 얘기했다. 내가 이민자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 한반도 문제나 한미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 의회에 입성하지 못한 상황이라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한미의원연맹 실무자로 있어서 개인 차원에서 전문성을 통해 공헌할 수 있으면 행복하겠다. 코리언 아메리칸으로서 조국의 평화와 통일에 당연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 민주당엔 마이클 블룸버그 등 억만장자들이 많은데, 공화당 억만장자들이 나서지 않아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이 사망선고를 받은 건가.
▲ 공화당 쪽에 민주당만큼 큰손이 많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해 많이 모금했다. 우리 선거는 다 합치면 3천5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매우 돈이 많이 드는 선거였다.
-- 지지해준 한인 유권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 그동안 자원봉사해준 수백 명의 한인단체 구성원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영 김이 졌다기보다는 공화당의 패배로 생각해달라. 나는 오뚝이다. 실망시키지 않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연합뉴스
[인터뷰] 하원입성 좌절된 영 김 "난 오뚝이…다시 일어설 것"
입력 : 2018-11-21 03:4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