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총기폭력'이 난무하는 미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글을 써 상까지 받았던 어린이가 누군가 쏘아댄 유탄에 맞아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위스콘신주 동부 도시인 밀워키에 살던 샌드라 박스(13)는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며칠 앞둔 지난 19일 오후 8시께 자신의 방에서 TV를 보다가 창문을 뚫고 날아 들어온 총탄에 가슴을 맞아 숨졌다.
샌드라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동네에서 총질 장난을 한 것으로 보이는 이삭 반스(26)가 쏜 총탄이었다.
이삭은 친구와 함께 가게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중 샌드라의 집 근처에서 총을 쏘아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몇 블록 떨어진 집에 숨어 있던 이삭과 그의 친구를 체포하고 AK-47 소총을 압수했다.
톰 배릿 밀워키 시장은 "(범인은) 아마도 누군가에게 보복하거나 화를 풀거나, 아니면 놀래주기 위해 총질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샌드라는 11살 때인 2016년 밀워키 공립학교가 주최한 마틴 루서 킹 목사 주제의 글짓기 대회에서 '우리의 진실'(Our truth)이란 제목으로 미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총기폭력에 관한 글을 써서 3등 상을 받았다.
샌드라가 그런 글을 쓴 동기는 자신이 사는 세상이 50여년 전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를 외치면서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던 킹 목사가 꿈꾼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혼란한(Chaos) 세상에 살고 있어요. 제가 사는 이 도시에서, 저는 거의 매일 혼란의 전형들을 듣고 봅니다. 어린이들이 무의미한 총기폭력의 희생자입니다."
샌드라는 이렇게 쓴 글에서 사람들의 잘못된 선택과 증오가 수많은 폭력으로 이어져 왔다고 지적하면서 흑인의 흑인에 대한 범죄와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 가끔은 음악을 들으면서 현실을 피하기 위해 헤드폰을 끼곤 했다고 적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이 사건을 전하면서 어린 나이임에도 죽음에 대해 너무나 많이 알고 있었던 샌드라가 가혹한 현실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고 추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