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현장 스케치]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인생을 충분히 빛나게 합니다”

로봇다리 청년 김세진 군 · 어머니 양정숙 집사 뉴욕 순회
뉴욕센트럴교회, 주일 이례적 특별집회 열어 성도들에 감동

 
청년으로 자란 김세진 군(맨좌측)은 장차 IOC위원이 돼 장애인권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계획이다. 가운데 어머니 양정숙 집사와 김재열목사


“세진이가 제 다리를 잡으면 저는 뿌리쳤어요. 잘 걷지도 못했던 어린 세진이가 저를 붙들고 일어서려고 한 것이죠. 빨래를 밖에 널기 위해 거실을 지날 때도 세진이는 저를 붙들려고 했지만, 저는 여느 때와 똑같이 세게 뿌리쳤어요. 그때마다 어린 세진이는 넘어지고 나뒹굴곤 했어요.”

얼핏 들으면 마음 고약한 어른이 어린애를 미워하거나 학대하는 장면을 연상할 만한 대목이다. 현재 청년 김세진을 어린 시절 그렇게 매몰차게 일부러 넘어뜨린 어른은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 양정숙 집사다. 

뉴욕센트럴교회(담임:김재열목사)는 최근 이른바 ‘로봇 다리’로 더 잘 알려진 김세진 군과 그의 어머니 양정숙 집사의 간증 집회를 주일 오후 특별집회로 편성해 마련했다. 어머니 양 집사는 세진이가 어렸을 당시 그렇게도 매몰차게 넘어뜨린 이유를 단 한 줄로 압축했다. 

“저는 이 아이가 일어서기 전에 넘어지는 법부터 알길 원했습니다. 넘어짐과 쓰러짐의 의미를 모르고 일어섬만 안다면, 나중에 살면서 정말로 인생 속에서 넘어지는 일이 있을 때 어떻게 일어설 수 있겠나 싶었죠.” 

양 집사는 사람이 넘어지는 것은 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대체로 땅에 떨어진 작은 물 하나에 넘어지고, 또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돌부리에 걸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행여 세진이가 자신을 넘어뜨린 그 작은 물방울과 그 작은 돌부리를 ‘어마어마하게 큰 것’으로 여긴다면 다시 일어서고 회복하는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아들 김세진 군은 출생 당시 무릎 아래 두 다리와 오른손가락 3개가 없는 상태였다. 선천적 지체장애였다. 양정숙 집사가 세진 군을 처음 본 때는 생후 18개월 됐던 아기로, 정기적으로 고아원 봉사를 하던 그녀의 눈에 비친 아기 세진이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양 집사는 누구도 하기 어려운 결심을 했다. 눈 속에 버려진 ‘한 아기’가 양 집사가 봉사하던 고아원에 들어온 이유와 또 유독 그 아기에게만 마음을 빼앗긴 것이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는 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진이를 나에게 맡기신 것이 분명하구나. 저는 세진이를 몸이 아닌 마음으로 낳았습니다.” 

고아원 봉사 중 ‘버려진 장애아기’에 마음 빼앗겨 입양 결심
하나님의 크신 섭리 발견이후 가슴으로 출산하는 영적 경험 


양 집사에게는 세진이 외에 위로 28살 된 두 딸이 있다. 마치 쌍둥이 같지만, 3개월 차이다. 또 세진이 아래로 두 명의 아들이 더 있다. 이렇게 양 집사는 다섯 자녀의 당당한 어머니로 산다. 

세진이는 성장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견뎌야 했다. 아니 그의 어머니 양 집사가 견뎠어야 할 어려움이 맞는 표현이다. 먼저는 선천적 지체 부자유자로서 갖는 세진이의 심리적인 갈등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외부로부터 부딪히는 차가운 시선과 싸움이었다. 

양 집사는 지체부자유를 자의식으로 알기 시작한 세진이에게 이렇게 가르쳐왔다. 

“세진이에게 두 가지를 쓰라고 했어요. 하나는 세진이가 가진 것들. 다른 하나는 갖지 못한 것들. 몸을 하나씩 보면서 있는 것들을 쓰라고 했고, 이어서 없는 것들을 쓰라고 하면서 세진아~ 네게 없는 것은 두 다리와 오른손 세 개 밖에 안 되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많지? 세진이는 네가 갖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잘 사용할까 그것을 생각하자. 많이 가지고 있으나 그것들을 잘 사용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단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진이는 무엇이든 한 번씩 해보는 노력파였다고 했다. 드럼을 치고 싶다고, 춤을 추고 싶다고, 스키도 타고 싶다고, 승마도 하고 싶다고. 양집사는 그 모든 것을 허락했다. 당시 살고있던 지방에서 용평까지 올라오는 수고는 오히려 적은 수고에 불과했을 정도로 승마를 위해서는 용인으로 왔고, 드럼을 위해서는 서울 숙명여대까지 오가는 수고를 되레 즐거워했다. 

“세진이가 어느 날 TV를 보다가 로키산맥을 오르고 싶다는 거예요. 큰일났다 싶었습니다. 세진에게 그곳은 미국과 캐나다에 걸친 곳이라 어렵다고 했지만, 그의 갈망하는 눈빛을 뿌리칠 수만은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아는 분들을 통해 의논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내 이루어졌습니다. 모 방송국 TV 프로그램 중 도전!지구탐험대 편성이 이루어진 겁니다. 세진이는 등반전문가분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오르는데 성공했습니다.”

양 집사는 세진이가 자신의 외모로 인해 자존감이 훼손되는 것을 가장 걱정했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도록 한 근본적인 이유였다. “너를 이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의 큰 그림을 보면, 너의 장애는 그냥 살아가면서 겪는 불편함이란다.”

장애는 단지 살아가는 불편함 ‘영혼과 삶의 희망’이 핵심
등반전문가 도움받아 TV프로그램 통해 로키산맥 등반  
없는 것 부끄러워 말고 갖고 있는 것 선하게 활용하는 지혜 필요


하지만 세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양 집사의 생각보다 훨씬 각박했다. 고아원 봉사를 비롯해 틈틈이 사회봉사로 살아왔던 양 집사는 지체 부자유자인 세진이를 키우는 사이, 숨겨진 진짜 세상을 경험해야만 했다. 

“세진이가 수영을 좋아해요. 잘도 하고요. 어릴 때 수영을 배우는데 수영장 물이 더러워졌다고 난리가 났어요. 수영장 망하게 생겼다면서요. 수영장 물을 모두 교체해줬어요. 600만원 들더라구요. 수영장 바닥이며 벽까지 저 혼자서 모두 청소해줬어요. 그들과 싸우는 것은 지혜롭지 않은 일이고, 일단은 수고스럽고 희생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결국은 이렇게 하는 것이 사는 방법이란 것을 가르치고 싶었어요.”

양 집사는 자녀를 부모의 그림자라고 말했다. 실체인 부모가 위축되고 흔들리고 쓰러지면, 그의 그림자인 자녀도 그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 따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양집사는 더욱 든든하게 세진이 곁을 지키고 있다. 양 집사는 세진이에게 하나님을 이런 모습으로 가르친단다.

“하나님께서 세진이 곁에서 든든하게 계시는 것을 믿어야 한다. 창조주이시고, 세진이를 이 세상에 보내셔서 크고 놀라운 일을 기대하시는 분이지. 기도하고 소망하고 바라면서 나아가자.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거야.”

양집사와 세진이는 이런 까닭에 시편 37편 23,24절을 특별히 더 좋아한다. 가장 든든한 하나님께서 계시기에 연약해 보이지만 세진이는 더더욱 든든할 수 있다는 영혼의 강건함을 노래한 시라고 했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세진이와 양 집사는, 자신 안에 있는 자존감을 세우는 일 외에 이웃 되길 멀리하는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연습을, 실제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양 집사는 세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직장을 그만뒀다. 따라서 술 취한 사람에게 곤욕을 치러가며 6년 동안 이를 악물고 대리운전을 했고, 세차장과 교회건물, 빌딩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해야 했다.

세진이는 무릎아래 다리는 없어도 성장판은 살아있었다. 무릎뼈가 자라나서 다리 살을 뚫고 나오곤 했단다. 그래서 뼈를 잘라내는 고통의 수술만 6번. 보험은 물론 적용되지 않았다. 양 집사가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다. 

장애 자녀 키우며 경험한 숨겨진 어둠의 세상은 끔찍한 기억
하지만 믿음의 마음으로 살아갈 때 되레 승리의 삶으로 결실
뉴욕 허드슨강 수영으로 건너는 등 여러 분야 최고 기록 획득 


세진이는 일반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어느 학교에서는 체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성적표에 빵점을 줬다. 동급학생들도 거리감을 뒀다. 이래저래 정상적인 학교수업은 불가능했다고 판단해 세진이는 원치 않았지만 자퇴를 결심했다. 

“검정고시로 모든 과정을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과정 3개월, 고등학교 과정 4개월만에 패스했어요. 이후 성균관대에 입학했지요. 스포츠과학부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최연소합격자로 이름을 올렸어요. 당시 15세였죠. 지금은 뉴욕주립대 송도캠퍼스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김세진 군은 자신의 진로를 설명하며, 함께하시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의 모습에 감격해 했다. 

내년 뉴욕에 있는 뉴욕주립대 본교에서 1년을 공부하고 졸업을 남겨둔 세진 군은 앞으로 IOC위원이 되어 스포츠계 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열 목사는 “양정숙 집사님은 독한 어머니”라고 운을 뗀 뒤 “자식인 세진을 위해 악한 역할을 자처하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으로 세진 군을 훌륭하게 키워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목사는 이어 “몸으로는 멀쩡한 사람들조차 영혼으로는 심각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무척 많은 세상”이라며 “예수님을 통해 주신 하나님의 귀한 사랑을 통해 영혼이 살아나고 심령이 새롭게 되며 인생의 행로를 바꾸는 삶의 승리를 거두자”고 축복했다. 

현재 암 투병 중인 양정숙 집사는 한국 행정안전부 국가정보기록원에서 ‘한국 근대사 위대한 어머님’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김세진 군 역시 한국 초등학교 4학년 도덕 교과서와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인간승리’를 주제로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뉴욕센트럴교회가 이례적으로 주일 오후 1시30분에 특별집회시간을 마련했다. 이 집회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과 믿음이 우리 인생을 바꾸는 능력이라는 고백이 이어졌다. 간증 관련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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