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 연속 인터뷰 <2>] 뉴욕한인교회협의회 증경회장단 회장 송병기 목사
“말씀 · 전도 · 겸손 ‘기본기’에 충실한 목회자가 정답입니다”
미주 한인교회들은 미래 목회비전의 방향과 내용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지금껏 해오던 목회운영을 부분적으로 고치든지 아니면 전면 개편할지를 두고 매주 연구하는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 자녀들이 점점 성장해서 영어권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목회자들은 다음세대 목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큰 부담을 안고 있는 현실이다. 올해로 목회 36년을 맞은 송병기 목사(대뉴욕지구 한인교회협의회 증경회장단 회장/목양장로교회 담임)를 통해 한인교회들이 준비해야 할 미래목회의 방향과 내용을 들어보고, 다음세대가 필요로 할 목회적 요소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올해로 목회 36년을 맞으셨습니다. 듣기로는 목양교회 설립부터 지금까지 한국말을 꽤 중요하게 여기셨고, 또 한국말 사용을 특별히 강조하셨다고 하는데요, 영어사용을 권장했던 초창기 이민사회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을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개척 당시 세운 원칙을 지금까지 이어오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교회를 설립할 당시 우리 교민들은 빨리 미국이라는 이민의 나라에 잘 정착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었습니다. 자녀들이 영어를 잘하면 똑똑하다는 칭찬을 듣곤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교회를 개척하며 지은 교회명칭을 순우리말인 ‘목양교회’로 정했지요. 가만히 보면, 30~40년 이상된 한인교회들 이름에는 모두 영어가 섞여 있습니다. 친근감을 주는 뉴욕 지역 이름을 딴 교회가 대부분이거나 혹은 성경의 고유명칭을 따서 교회이름으로 짓곤했을 때였으니 ‘목양’이라는 한국이름은 낯선 이름이었을 겁니다.
제가 한국말을 중요하게 여긴 이유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경험 때문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영어 때문에 생긴 경험이 마음에 깊숙이 자리잡은 것이었죠. 제가 미국에 처음 온 1982년, 뉴저지 교회 두 곳에서 청빙이 있었는데, 모두 낙방했습니다. 당시 저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장신대신대원을 나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한 경신학교에서 교목으로 사역했고, 또 한국교회에서 알아주는 유서깊은 안동교회에서 교역자로 사역한, 그야말로 기독교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요. ‘낙방’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꽉 박힌 것 같습니다. 낙방이유는 당연히 영어문제였지요.
이후 저는 고민을 거듭하며 기도했습니다. 8개월이 지난 어느 날, 개척을 결정했고, 가족들과 몇몇 성도들까지 16명이 참여한 가운데 1983년 3월6일 ‘목양교회’라는 순우리말로 된 간판을 걸게 됩니다. 그리고나서 지금까지 “교회 안에서는 한국말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지키게 된 것이죠.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도 목회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웃음) 당시 교회 안에 한글학교를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한국말에 서툰 어린이 청소년들의 한글교육을 책임지게 됐고, 이것이 토요학교로 발전되어 다양한 교제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됐습니다.
목양교회가 처음 출발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글학교와 토요학교를 시작하면서 한인교회 대부분이 이같은 교육들을 병행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영어라는 제 핸디캡을 통해 사역들을 진행하도록 하나님께서 간섭해 주신 것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목회자는 사역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나님은 장점으로 나타내시는 분인 것을 알게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역사이며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1983년 3월 초 교회설립 하자마자 3.1절 기념예배로 드리며 애국가 불러
교회에서 한글과 우리말만 사용토록 훈련…‘목양’이란 교회이름도 한글로
나라사랑 민족사랑 배우는 살아있는 신앙교육으로 일관한 36년간 목회
- 올해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목양교회도 3월 첫 주에 설립 예배를 드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글교육과 우리말 사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신 것을 총체적으로 말씀하셨는데요, 목회적으로 애국애족이라는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입니다.
맞습니다. 공교롭게도 3.1운동이 일어난 3월 첫 주에 설립예배를 드렸습니다. 이것이 원인이 돼서 저희 교회는 매년 3월 첫 주 예배는 3.1절 기념 예배로 드리게 됐습니다. 독립선언서를 읽고, 애국가는 4절까지 다 제창합니다. 한글교육과 우리말 사용을 강조하며 이처럼 3.1절까지 기념하니까 자연스럽게 성도들 마음에 ‘나라사랑’과 ‘국민사랑’이 자리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현재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경신학교에서 교목으로 사역했습니다. 그리고 민족교회로 정평이 나 있는 유경재 목사님께서 담임하셨던 안동교회에서 교역자 생활을 했습니다. 민족신앙 애국신앙이 짙은 터전에서 공부하고 사역을 한 것이지요. 하나님은 이민목회로 사역의 공간을 옮기셨을지라도 목회자인 제 자신이 했던 경험들을 모두 사용하도록 허락하셨습니다.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넘어가겠지만, 목회자와 목회현장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인 것을 제 경험을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한국에서 했던 공부와 사역했던 장소, 열정을 갖고 있었던 부분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시고 멀리 태평양을 건너오도록 해서 그것들을 영혼구원의 도구와 수단으로 사용하셨던 것입니다. 아직까지 저는 전혀 예측 못하는 하나님만의 방식을 배우는 중입니다.
목회도 이제 36년이 지났습니다. 목회환경이 상당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인커뮤니티가 예전에 비해 크게 바뀐다는 소식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우리말만 고집할 수 없게 됐구나!”라고 생각하던 차입니다. 자녀 세대가 이제 중심위치에 섰음을 실감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저는 교회 안에서 금지하던 영어사용을 이제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100% 한국말을 할 줄 알면서 100%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막간을 이용해서 한 가지 지적하고 넘어갈 내용이 있습니다. 요즘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현장에 들어오는 젊은 세대 사역자들에 관한 얘기입니다. 직접적인 표현을 쓰겠습니다. ‘열정이 부족하다’는 얘길 하고 싶습니다. 뜨거운 열정이 아쉬워요.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젊은 사역자 보기가 힘든 시대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직업의식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목회자를 ‘사명직’으로 봐야 하는지 ‘세속에 기반한 성직’으로 봐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목회자는 죽는 날까지 목회라는 청지기사역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인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위임직’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달라고 지면을 빌어 거듭 당부하고 싶습니다.
- 초창기 이민목회를 경험하신 분으로서 혹은 한인교회 지도자로서 한인교회를 이끌어갈 차세대 목회자들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민 1세대가 겪은 목회환경과 여러모로 달라진 상황에서 차세대 한인 목회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젊은 후배 사역자들을 보면 사실 부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저희 때와 달리 목회현장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또 학식도 풍부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경험하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스스로 반성한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만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기본기에 충실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벌써 17년 전 일이 됐습니다만, 우리나라 축구가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가는 놀라운 결과를 봤습니다. 눈부신 실력에 세계가 놀랐고 우리들도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축구실력을 세계 상위권 수준으로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훈련방식은 예상과 달리 매우 단순했습니다. 기본기 만들기였죠. 당시 한국 축구선수들의 기술은 상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은 그 기술과 기량을 맘껏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발견한 인물입니다. 바로 기본기, 체력이었습니다. 기초체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까닭에 경기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기술이나 기량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최대한 체력보강훈련을 했고, 그것이 선수들 각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입니다.
운동선수에게 체력이 기본기이듯 목회자에게도 성경연구하는 기본기 필요
“거리전도 시대 지났나? 복음은 언제 어디서나 전해야 할 하나님의 마음”
36년 목회 회상하면 더 전도 못했고, 말씀에 더 가까이 못한 아쉬움 남아
목회자에게 있어서 기본기는 무엇일까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목회프로그램을 많이 알고, 사역경험이 풍부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기본기가 아닙니다. 기량이나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목회자의 기본기, 즉 축구선수에게 있어서 체력에 해당하는 것을 ‘말씀연구’라고 봅니다. 목회자는 진리인 말씀에 붙들린 존재입니다. 따라서 말씀의 깊이와 말씀의 능력과 말씀의 풍성한 위로를 언제나 경험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도의 어려움들, 괴로움들, 갈등하는 것들, 고독한 마음의 문제까지 목회자는 말씀으로 해소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그렇게 살지 못했어요. 열심히 살려고 애는 썼지만 후배 목회자에게 선뜻 내놓을 만한 것이 없어서 이 자리를 빌어 제가 하지 못한 아쉬움을 후배 목회자들에게 당부해 봅니다.
말씀의 기본기가 충실하게 다져진 목회자는 다원주의의 물결에서 진화론의 도전이나 동성애 등 사회문화의 옷을 입고 저항하는 세속주의의 강풍에 굳건히 맞설 수 있다고 봅니다.
둘째는 복음전도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목회자나 성도의 본분은 복음전파입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전도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들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저희 세대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배운 분들이 사실은 차세대 목회자들이라고 봅니다. 때때로 자신이 배운 지식에 의존하려는 유혹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혜롭게 잘 준비해서 이민의 땅, 많은 민족들이 나름대로의 종교들을 갖고 공존하는 이 땅에서 진리의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파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민의 땅엔 다원주의 진화론 동성애문제 등 세속의 도전 잇달아
“하나님 백성 위로하고 격려하여 세속의 가치로부터 보호해야”
목회자에게 은퇴는 다른 차원의 사역으로 더 넓어지는 관문이어야
저는, 아쉬운 게 거리로 나가 복음전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더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노방전도가 많이 없어졌나요? 거리에 보면 과거에 보였던 전도팀의 모습을 보기가 힘듭니다. 노방전도는, 모두 아는 얘기지만 복음을 전하는 목적 외에 복음 전하는 사람의 믿음을 훈련하고 신앙을 연습하는 자기진단의 시간이지요. 다음세대 목회자들은 교회 안에서 진행하는 신앙훈련과 밖에서 진행하는 전도훈련을 적절히 배합해서 목회자가 직접 안팎을 다니며 사역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셋째는 이민목회의 특수성을 잊지 말고 늘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이민목회는 쉽게 표현하면, 머슴사역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성도들이 편안하게 안전하게 마음놓고 신앙생활할 수 있도록 늘 격려하고 돕고 위로하는 사역이 바로 이민목회라는 특수성입니다. 차세대 목회자들은, 절대로 성도와 다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1세대 목회자들은 그렇게 살았고, 이민교회가 그렇게 유지된 사실을 아는 분들은 별로 없습니다. 숨겨진 실체라고 할까요? 항상 져야 합니다. 그러면 목회가 살아납니다. 쉽지만 진짜 어려운 문제죠. 정말로 목회자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우기지 말고 설득하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다수결이 아닙니다. 반대하는 단 한 명을 설득할 줄 아는 목회자가 정말로 필요한 시대라고 봅니다.
이제는 제 얘기를 하고 마무리를 지으려고 합니다. 저는 은퇴 후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을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널씽홈을 방문해서 몸과 마음과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시니어 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복음의 확실성을 깨닫게 하는, 그래서 여생을 천국 소망으로 가득 채우도록 돕는 사역을 하고 싶어요. 벌써부터 널씽홈같은 기관과 단체를 방문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는 중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목회사역 이후에도 더 넓은 차원의 사역을 위해 준비하는 셈입니다. 목회자에게는 은퇴란 없습니다. 생명이 허락되는 시간까지 사역의 다른차원으로 부름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감사합니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신년 특별 연속 인터뷰 <2>] 뉴욕한인교회협의회 증경회장단 회장 송병기 목사
입력 : 2019-02-07 21: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