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국민일보-국민문화재단 공동기획
목회자 탐방<뉴욕순복음 안디옥교회 담임 이만호 목사>
2019년 사순절 기간을 보내는 미주 동부지역 한인교회들의 표정이 예전보다 더 어둡다는 의견이다. 안으로는 한인교회를 개척하고 이끌어온 1세대 목회자와 성도들이 후선으로 물러난 이후, 한인교회의 미래청사진이 선명하지 않은 까닭이라는 분석이다. 소위 한인교회의 전환기적 상황이 모두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는 얘기다. 또 밖으로는 둔해진 이민현상이 있다. 미국의 최근 이민억제정책이 뉴욕거주 다민족들의 커뮤니티 규모를 옥죄이고 있어 한인교회 역시 목회안정에 심리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활절을 앞두고 40일간 경건한 시간을 보내는 미주 동부지역 한인교회들의 안팎 분위기와 한인교회의 바람직한 목회상 및 현안들을 이만호목사(뉴욕목사회 및 뉴욕교회협의회 증경 회장/뉴욕순복음 안디옥교회 담임)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사순절입니다.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며 경건한 삶으로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기간입니다. 뉴욕한인목사회 회장과 뉴욕한인교회협의회 회장을 두루 역임하셨고 또 순복음북미총회 총회장도 역임하셔서 이민교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먼저 한인교회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먼저 우리 목회자들이 절기의 의미를 신앙차원에서 꼭 잊지 말아야 할 몇가지 부분을 함께 집어보려고 합니다. 기독교의 출발은 ‘십자가 은혜’입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항상 들어서 그렇지 사실 십자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더구나 십자가를 통한 은혜는 ‘말 자체가 될 수 없는 일종의 사건’입니다. 세상의 모든 고등종교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인간이 신을 찾아가는 과정 일체를 교리로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만 유일하게 신이신 하나님께서 피조물이요 죄인인 인간을 찾아오신 것을 진리로 담고 있습니다. 창조주께서 피조물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의인이 악인의 모습으로 오셨지요. 하나님께서 인간을 찾기 위해 땅으로 오신 모습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거부했습니다. 그분을 십자가에 매단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악인이지만, 의인 행세를 하며 살아온 우리가 씻을 수 없는 흉악범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하신 증거입니다. 십자가는 우리가 악인임을 드러낸 증거이며, 심판의 근거가 됩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거기서 머물지 않습니다. 십자가에는 이것보다 ‘더 신비로운 또 다른 증거’가 있습니다. 바로 ‘은혜’입니다. 죄인의 모습으로 오신 창조주께서 우리가 죽어야 할 그 자리에 대신 달리셔서 죽임을 당하신 것이지요. 하나님의 용서가 발견되는 증거의 자리가 곧 십자가인 것입니다. 결국 십자가는 ‘심판’과 ‘죄악’의 증거인 동시에 ‘용서’와 ‘은혜’의 증거 두 가지 모두를 갖는 겁니다. 사순절에 한인교회가 꼭 기억할 부분은, 우리를 구속하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얼마나 철저하고 치밀하게 계획하시고 이루시고 완성하셨는가 하는 점입니다. 따라서 사순절에는 감사만 있어야 할 기간입니다.
사순절은 ‘심판과 은혜’ 두 가지를 증거하는 십자가를 묵상하는 기간
용서하여 구원하신 하나님의 큰 사랑 깨달을 때 이민의 상처 치유받아
어두운 이민교회의 미래 보며 불안 말고 십자가은총 통한 감사신앙 회복을
- 최근 이민교회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민커뮤니티가 정체되어 앞으로 한인들의 삶의 질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교회성장과 부흥의 측면에서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불분명한 미래청사진’과 ‘확실한 리더십 부재 상황’이 걱정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 한인교회가 준비할 부분들에 대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사순절을 보내는 우리들의 자세가 ‘감사’로 모아져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씀을 드린 것는 세대교체 중인 한인교회의 미래청사진이 명확하지 않다거나 리더십이 없다든가 또 이민자 수가 급감한다든가 하는 환경요인은 분명 중요한 요인들이기는 하지만, 하나님의 은총을 막을만한 것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구원할 수 없는 가장 처절한 상황에서 하나님은 온전하게 완성하셨습니다. 이것은 교회가 복음을 전하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이것을 놓치면 늘 불안합니다. 안팎의 상황변화가 우리를 압박합니다.
이런 확신은 오늘날 뉴욕에 사는 모든 한인교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하나님은 이 모든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인교회들의 복음성장과 신앙의 부흥을 이끌어 내신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냥 그 일에 부름받은 자들이고, 이를 위해 순종하며 인내하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들을 이런 환경에 그냥 버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먼저 감사하는 자세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된 데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님의 가르침이 컸습니다. 전도사와 부목사, 최연소 교무국장 그리고 광명순복음교회와 평촌순복음교회 등 한국에서 20년을 사역하며 배운 것이 조 목사님의 ‘긍정신앙’입니다. 할 수 있다의 신앙입니다. 능력을 주시는 하나님의 계획 아래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1985년 강남지성전을 맡아 목회하며 1년 만에 9,000명으로 성장했습니다.
당시 조목사님 설교를 VCR로 녹화하여 차량으로 강남지성전에 매번 실어날랐던 시대였습니다. 조목사님께서 특별한 방법을 물으셨을 때 “광케이블을 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조목사님께서 받아들이셔서 광케이블을 통해 각 지성전을 연결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주도하셨죠. 이 때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각 지성전의 동시예배가 가능해졌습니다. 인천에 최성규목사, 성남에 엄기호목사, 부천에 차은규목사, 광주에 정원희목사, 대구에 고석환목사 그리고 일본 동경 오사카까지 새로운 영상목회의 문을 연 것이지요. 당시 교계에서는 비난 일색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보면 모든 교회들이 영상을 통해 목회하고 있지 않습니까?
VCR시대에서 광케이블 설교 영상시대로 바꾼 동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긍정신앙
이민급감과 경제불황 등 악조건 불구 교회부흥 성취하시는 하나님만 신뢰해야
교회와 복음을 향한 하나님의 열심이 모든 환경의 위기 바꾸실 것 기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한인교회의 환경변화는 시대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사실이고, 우리는 이 부분을 성장과 부흥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인교회 안에 “이젠 안된다”는 패배의 마음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그게 더 걱정입니다. 바뀌는 환경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신앙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보기에는,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론 개발의 문제보다 우리들의 믿음을 다시 재점검하는 일이 선결돼야 합니다.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는 믿음’과 ‘성경이 약속하는 확신성’에 우리의 마음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그 어떤 훌륭한 방법이 소개된다고 해도 교회부흥에는 실패할 것입니다. 또 실패해야 당연합니다.
- 마지막으로 목사님 개인 사역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순복음하면 성령운동으로 성장한 교단이고, 또 한국교회의 성장동력을 제공한 교단이기도 합니다. 한국에는 조용기 목사님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이끄시는 분들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이민교회를 하시면서 느끼시는 점들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뉴욕에 온 것은 노스캐롤나이나에서 5년을 사역한 후인 2002년 경입니다. 당시 한진관 목사님이 시무하시던 퀸즈한인교회 수석부목사로 사역한 뒤 미주순복음교회를 개척했고, 현재 뉴욕순복음 안디옥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목회한 것을 포함하면 벌써 40년을 목회로 헌신한 셈입니다. 저같이 부족한 사람을 이처럼 사용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에서 줄곧 ‘긍정하자’, ‘할 수 있다’, ‘감사하자’, ‘순종하자’라는 말씀을 드린 배경에는 제 스승이며 멘토이신 조용기 목사님의 꾸준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또 저의 어릴 때부터 경험한 성령의 능력 역시 이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수원에서 가장 크다는 절간을 개조한 99칸짜리 집에서 넉넉하게 어린 시절을 보낸 과정에서 그 절간을 세운 제 어머님이 얼마나 사단에게 고난을 당했는지 목격했기에 저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아니고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일찍이 깨달은 사람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수업받는 중에 방언을 받을 정도로 저는 시간 시간마다 성령님을 사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가족 구원을 위해 어린 저를 사용하신 것이지요. 감사한 일입니다. 1970년도에는 CCC에서 복음에 붙들린 전도사역을 했습니다. 조용기목사님께서 순복음중앙교회로 저를 인도하신 때가 그때였고, 이후 열정을 다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최연소 교무국장으로 임명받고,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을 냈지요. 최근 한국교회성령백주년을 맞아 100명의 인물을 선정하는 중 제가 ‘한인목회자’부문에 포함돼 영예를 안았습니다. 가장 큰 기쁨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드릴 말씀은, 믿음으로 경험된 영적 세계에 대한 확신을 의심없이 갖고 있으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목회가 힘들고 전도도 힘들고 말씀대로 사는 것도 더욱 힘든 세상입니다. 종말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사순절에 십자가의 은혜를 기억하면서 반드시 하나님은 교회의 영광과 복음의 영광을 당신의 백성들에게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변화의 환경을 잘 이기시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십자가는 은혜의 증거…불확실한 미래에도 감사하자”
입력 : 2019-03-29 0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