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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다른 길을 찾아. 더 나은 길을 모색해야 해"

모자를 눌러쓴 흑인 남성이 10대 소년을 붙잡고 호소한다. 이내 울먹이는 그의 눈에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지난달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시위현장에서 소년을 마주한 그는 “이런 위험한 길을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부당함은 과거에도 있었다고, 이런 식으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는 수차례 강조했다. 한 트위터 계정에 공개된 영상 속 모습이다.

앞서 남성은 다른 시위자와 언쟁을 벌였다. 이 시위자가 “우리 식으로 해야 한다”며 폭력 시위 지지를 요구하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남성은 시위자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봤고, 시위자가 “45세”라고 답하자 자신은 31세라고 말했다. 이어 10대 소년을 가리키며 똑같은 일이 밑 세대에게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40대 남성은 “흑인 형제자매들이 죽어 나가는데 다 같이 들고 일어나지 못했다. (이런 일이) 끔찍하게 지겹다”며 “우리 모두가 일어서야 할 때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또 “우리 세대도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시위를 했지만, 보호해준 사람은 없었다. 우리 식대로 해야 한다”며 평화 시위만 고집해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0대 남성은 “나도 이해한다”면서도 “이 아이는 16살”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고 올린 것을 언급하며 “쟤네 실탄 퍼부을 것 같다. 이게 옳은 길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시위 제압을 위한 무력 개입 가능성까지 있는 상황에서 10대 소년을 현장에 있게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30대 남성은 이어 소년의 팔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것들은 10년 후에도 똑같이 벌어져. 그때 너는 26세일 텐데, 지금 나처럼 바로 여기에 있을 거라고. 10년 후에도. 왜냐하면 우리가 여기서 하는 일은 아무 소용이 없을 거거든. 너희는 더 나은 길을 모색해야 해.”

남성은 또 “저 사람은 45세에 분노하고 있고, 난 31세에 분노하고 있고, 너는 16세에 분노하고 있다”며 “난 4년 전 키스 러먼드 스콧 사건 때도 시위를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난 다섯 살짜리 아들도 있어. 그런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져”라며 “너희는 제발 다른 길을 찾아야 해. 우리는 못했으니까”라고 울먹였다.

남성의 간절한 호소에 소년은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남성은 “더 나은 길을 찾아봐”라고 재차 강조한 뒤 “몸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이 영상은 7일 오후 10시20분 기준 54만회 이상 조회됐다. 영상 게시자는 “흑인 사회가 가진 절망감과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영상”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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