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발 속 '이슬람 사원'된 1500년 간 동로마교회 상징 '소피아 대성당'

소피아대성당이 박물관 지위가 박탈되고 이슬람사원으로 행정명령이 발동된 10일, 소피아성당 밖에 모여있던 이슬람신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교회(Orthodox Church)의 총본산으로 AD 537년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아누스 1세가 건립한 ‘소피아 대성당’이 이제부터는 이슬람사원으로서 이슬람포교 중심지로 알려지게 됐다. 

AFP · 로이터 등 주요외신들은 지난 24일(터키 현지시간) 이슬람 금요기도회로 첫 종교행사를 연 소피아 대성당의 모임을 주요기사로 다루며, 15세기 동안 그리스정교회였고 또 종교박물관이었던 소피아 대성당의 마지막과 이슬람사원으로 출발을 일제히 전했다고 연합뉴스가 인용, 보도했다. 

24일, 터키 전역 이슬람 신자 35만명 금요기도회 치러
에도리안 터키 대통령 쿠란 낭독 등 주요인사 대거 참석 
미국 · 러시아 · EU비롯 이집트 이슬람최고기관도 ‘거센 반발’

 
A.D. 537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아누스 1세가 건립한 '성소피아 대성당'은 1500년간 그리스정교회의 본산이었으나, 이제는 이슬람사원으로 바꿔지게 됐다. <국민일보 자료사진>


주요 외신들은 소피아대성당의 이같은 변화를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유감의 뜻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성 소피아 성당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는 바티칸의 프란시스코 교황의 우려 섞인 반응도 함께 보도하고 나섰다.

한국의 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목사,NCCK)도 “이같은 일은 있어서는 않될 일”이라고 밝히고 “역사적 퇴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정교회도 “이슬람사원으로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미 지난 5일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구의 대외관계국장이 직접 성토하고 나섰고, 같은 이슬람권인 이집트에서도 반발하는 반응이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이집트 이슬람 최고성직자 샤우키 알람은 17일 현지 방송 ‘사다 알발라드TV’와 인터뷰에서 “성소피아박물관의 모스크전환을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는 것.

샤우키 알람은 “이슬람신자들은 교회들을 보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이집트 역사에서 교회가 모스크로 전환된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터키 인근 나라들의 거센반발에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라고 외부의 반응을 일축하고 있다. 
 
24일 이슬람사원으로 첫 행사를 갖게된 소피아성당에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맨앞줄 가운데)이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대표로 낭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집트 “교회를 모스크로 사용하는 것은 없던 일” 반발

이날 이슬람사원으로 터키지역 모슬렘들이 안팎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첫 금요기도회에는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참석해, 맨 앞줄에서 이슬람 경전이 쿠란을 낭독한데 이어 “35만명이 이번 첫 기도회에 참석했다”면서 “성 소피아성당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성소피아는 모스크였다가 다시 모스크가 됐다. 제2의 정복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동로마제국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을 정복한 오스만제국 황제 메흐메트2세의 묘소를 참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에르도안 터키대통령 “모스크 전환 소피아성당···제2정복”

외신에 따르면, 성소피아성당은 모든 이슬람 신자들이 기도할 수있도록 바닥을 카펫으로 깔았으며, 성화와 모스크 등 정교회 상징물이 보이지 않도록 천으로 가리는 등 모스크 분위기를 한껏 나타냈다.  

그리스정교회의 본산으로 출발한 소피아 대성당은, 유럽의 정복전쟁에 따른 세계사의 변화에 따라 운명이 갈려왔다.
  
AD 537년 동로마제국이 건립한 이후 916년 동안 그리스정교회의 대표적인 성당으로 자리 잡았으나, 1453년 오스마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오스만 황실의 모스크(이슬람사원)로 개조돼 사용됐다. 

가톨릭과 달리 조각상 없이 성화와 모자이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피아대성당은 비잔틴 예술의 정수로 손꼽혔으나, 오스만제국의 지배 아래서 그 위에 회를 덧칠해 아라베스크식 기하학적 문양을 그려 넣었다. 
 
성소피아대성당 밖에서 기도하는 이슬람 신자들. 24일 하루동안 이슬람기도회에 참여한 인원은 대략 35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AP=연합뉴스>


비잔틴 · 아라베스크 ‘문화적 충돌’로 박물관 형태로

하지만 1922년 오스만제국이 멸망하고 현재의 터키공화국이 건립된 후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이 회칠을 제거하고 복원 작업을 하던 중 모자이크 손상은 물론 500년 간 이어온 문화재인 아라베스크 문양도 손상돼 이슬람신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터키공화국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1934년 성소피아성당을 두 종교가 공존하는 박물관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성소피아대성당 안에서 일체의 종교행위를 금지했다. 

이후 성소피아 박물관은 연간 약 4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 관광명소가 됐으며, 성소피아 박물관이 속한 ‘이스탄불 역사지구’는 유네스코(UNESCO ·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성소피아 대성당 윗쪽에 천으로 가리워진 비잔틴양식의 성화와 모자이크 그림. 이슬람사원측은 기도회 때만 가리고 관광객에게 개방할 때는 천을 제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연합뉴스>


현 정부 출범직후부터 이슬람주의 강화정책 영향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정의개발당 소속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성소피아성당의 모스크 전환 분위기가 점진적으로 강화돼 왔다. 

결국 터키 최고 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성소피아성당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결정을 취소한데 이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역시 성소피아 성당을 모스크로 전환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성소피아성당은 이슬람사원으로 전환된 것이다.  

앞으로 관광객에게 개방될 예정이지만, 하루 다섯차례 이루어지는 이슬람 기도시간에는 개방이 금지되며, 또 기도시간에는 성화와 모자이크를 천으로 가리고, 관광객 입장 시간에는 천을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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