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마지막 기도시간에 의식 돌아온 무연고 서류미비 한인∙∙∙한국 조카도 찾아

수일째 산소호흡기에 의지한채 코마상태에 있던 8월 당시 박천길 씨. 무연고 서류미비자인 그는 최근 나눔하우스 대표 박성원목사의 임종기도 시간에 의식을 되찾아 주위를 놀라게했다. 나눔하우스는 박씨가 널씽홈에 거주하도록 돕고 있다. 

지난 8월 중환자실 입원한 박천길 씨, 코마상태 지속
나눔하우스 대표 박성원목사 인도로 임종기도 중
귀 움직이고 눈 깜빡거림 감지∙∙∙의식 깨어나 새 삶
“나눔하우스, 귀국 ∙ 정착 프로그램 지원합니다”


코마상태에서 하마터면 산소호흡기를 뗄 뻔한 한인이 생애 마지막을 정리하는 기도시간에 의식이 돌아와 제 2의 삶을 살게됐다고 나눔하우스 대표 박성원목사가 알려왔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무의식 코마상태가 계속되면서 의료진 조차 가망성이 희박하다고 판정받은 박천길 씨. 서류미비자인 그는, 자신도 모른채 병원 중환자실에서 삶의 마지막을 정리해야 하는 안타까운 시간을 맞았다. 지난 8월25일 입원한 이후 의료진의 집중 케어를 받았지만 코마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5분동안 마지막 정리하자” 곧 미세한 움직임

박씨의 상황을 지켜보던 장완석목사와 김효순목사는 장례를 위해 나눔하우스 대표 박성원목사를 찾았고, 급히 달려온 박성원목사는 의식없는 박씨 귀에 “5분간 마지막 정리를 해야 합니다. 이제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라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그 때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한 박성원목사. “내 말 소리가 들리면 눈을 깜빡해 보세요”라고 조심스레 묻자 박씨 눈의 깜빡거림이 있었던 것.

박성원목사가 “이 세상의 마지막을 정리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에 박씨 귀가 움찔거리며 반응한 것을 놓치지 않은 결과였다. 
 
무연고자였던 박천길 씨는 나눔하우스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 사는 조카를 찾았다. 영상통화로 박 씨를 확인하는 조카. 

박성원목사는 의식이 잠시 돌아온 박씨에게 “산소호흡기를 떼면 당신의 영혼은 어디로 가겠는가? 예수님 믿고 천국에 가야하지 않겠는가?”물으며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 눈을 두번 깜빡여라”고 재촉했다. 의식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기에 박성원목사의 마음은 초조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박 씨의 눈이 정확히 두번 깜빡였다. 박성원목사는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속으로 영접기도를 따라하라고 또 한번 재촉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믿음고백 분명"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하나님으로 영접합니다.” 박성원목사 귀에 들리는 그의 고백은 분명했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 기적의 연속에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틀 후, 중환자실 침대에 누운 박천길 씨와 함께 예배 드리던 중 그는 눈을 떴다. 손을 흔들어 주니, 박씨는 힘겹지만 붕대에 싸인 자신의 팔을 위아래로 세번 움직였다. 하마터면 서류미비자로서, 무연고 홈리스로서, 의식없는 코마상태에서 그냥 산소호흡기를 뗄 뻔한 인생. 하나님은 자신에게 드리는 예배시간에 의식을 되찾게 하셔서 믿음의 고백을 들으셨고, 새 삶의 가능성을 열어 주셨다고 생각하니 박목사의 마음까지 뜨거웠다. 

한국사는 조카 찾아 영상통화로 확인

제 2의 인생을 허락받은 박천길 씨는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친척까지 찾았다. 박성원목사는 뉴욕총영사관을 통해 박천길 씨 상황을 몇차례 전달하며 한국 가족의 연락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던 중 박천길 씨 누나라는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으나, 70세를 넘긴 나이여서,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는 조카와 몇차례 통화를 한 뒤 박천길 씨 얼굴을 영상 통화로 확인하도록 안내했다. 박성원목사는 "어떻게든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한 영혼의 피붙이라도 연결하고픈 심경이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박성원목사는 산소호흡기를 위해 박씨 입안에 설치된 튜브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박천길 씨가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도록 의료진에 수술도 부탁했다. 그리고 널씽홈으로 옮기도록 주선했다. 
 
지난해 10월 말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광수 씨를 위해 JFK공항에서 기도하는 나눔하우스 대표 박성원목사<사진좌측>

“강제퇴거 유예조치가 끝나는 10월 말이면 적지않은 한인들이 거리로 내몰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나눔하우스는 한국 귀국을 원하는 분들에게 항공편은 물론 한국거주에 필요한 행정지원에도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무연고 노숙한인에게 귀국프로그램 제공

현재 쉘터구입과 동포 귀국 프로그램 논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나눔하우스 대표 박성원목사는 한국 비영리단체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한인 노숙인들이 귀국후에 의료보험과 주민등록 회복 및 정부보조 등 혜택을 받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나눔하우스는 지난해 10월, 건강이 악화되고 치매까지 겹친 이광수 씨(당시 83세)를 한국 복지단체에 연결해 한국정착을 도왔다. <관련기사 2020.10.23일자>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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