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저녁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는 작은 기도회가 열렸다. 이름은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쥬빌리 기도회)’. 예배실에 모인 200여명의 신자들은 “(남북한) 두 정상을 붙드소서. 막혔던 빗장을 풀어주소서”하며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교파를 초월해 자발적으로 모인 무명의 그리스도인들이었다.
이날 기도회는 690번째 모임이었다. 2004년 3월 5일부터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기도회를 열었으니 벌써 14년이 지났다. 남북한의 하나 됨을 위한 연합 기도회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기도회에서 오성훈 쥬빌리 기도회 사무총장은 구약성경 에스겔서 36장 37절을 읽으며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하기를 원하신다”고 말했다. 해당 구절은 이렇다. “…그래도 이스라엘 족속이 이같이 자기들에게 이루어주기를 내게 구하여야 할지라….” 36장은 이스라엘이 받을 복에 대한 예언이다. 하나님 자신이 직접 무너진 곳을 건축하며 황폐한 땅을 경작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 사무총장은 성경 내용을 한반도 상황과 연결하면서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를 찾는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기도는 단순히 주문을 외우거나 정성을 빌어 소원을 성취하는 염원, 기원이 아니다. 기도는 인격적 차원이다. 인간이 하나님을 향해 탄원하면 하나님은 이를 듣고 반응한다. 기도를 듣고 응답하는 존재가 하나님이라는 점에서 기도의 주체는 하나님이다. 앞서 에스겔서 내용은 이를 방증한다. 신약성경 히브리서 5장 7절에서도 발견된다. 히브리서의 저자는 예수가 이 땅에서 드린 기도를 “큰 부르짖음과 많은 눈물로써 올리는 탄원”이라고 설명한다. 이어진 구절은 “하나님은 예수의 경외심을 보시어서 그 간구를 들어주셨다”(새번역)고 말한다.
쥬빌리 기도회는 원래 ‘(한국교회) 부흥을 위한 연합기도운동’이 그 출발이었다. 그러다가 2007년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맞으면서 북한을 향한 기도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한국교회의 유산이 북한교회로부터 전수됐고 북한의 회복은 한국교회 갱신의 열쇠가 된다는 깨달음에서였다. 이듬해 기도회는 ‘쥬빌리 연합기도운동’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무명의 그리스도인들은 ‘쥬빌리’라는 이름처럼 희년을 꿈꾸며 북녘 동포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지금의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는 2011년 3월 3일 31개 통일선교단체가 교단과 교파를 뛰어넘어 마음을 모아 재출범한 것이다. 당시 기도회에서는 “통일은 우리가 함께 모여 기도할 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천명했다. 하나님을 향한 탄원과 경외가 깔려 있다.
북한 회복과 통일을 위한 기도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분단 이후 각 교회나 기도원에서는 ‘38선이 무너져서 남북통일을 이뤄주소서’라는 탄원이 매일 드려졌다. 지금도 전국 교회의 새벽기도회와 삼일기도회, 철야기도회에서는 통일을 향한 눈물이 예배당을 적신다. 신자들은 바빌로니아에 포로로 끌려갔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70년 만에 귀환하는 기적 같은 역사가 오늘 한반도에도 일어나기를 대망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기도는 멀리 독일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통일을 이룬 독일교회가 기도로 돕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한한 베른트 오팅하우스 목사는 “수많은 독일교회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팅하우스 목사는 ‘자유와 화합의 기적’이라는 책의 공저자로, 책은 독일 통일 직전 38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 코리아’를 향한 독일교회의 기도운동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시별로 생겼다고 한다.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바이마르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 통일의 도화선을 제공했던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교회는 매주 금요일마다 전 세계 갈등 지역의 화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합심 기도는 역사하는 힘이 크다. 이름 없는 신자들의 작은 기도는 더욱 번질 것이며 하나님은 들으실 것이다. 기도의 능력은 특별한 형식이나 유창한 표현에 있지 않다. 진실함에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이 카이로스(특별한 시간)의 때에 기도를 드리자.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신상목 종교부 차장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