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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기수] 이수치열(以水治熱) 합시다



대서(大暑)를 지나 중복(中伏)을 하루 앞둔 시기, 연일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푹푹 찝니다. 곳곳에서 사람의 평균 체온 섭씨 36.5도를 넘나드는 복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론은 더위 때문에 숨진 사람이 벌써 10명을 넘어섰다고 속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좋을까 싶어서 몇 가지 팁을 찾아봤습니다. 복더위에도 불구하고 종일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바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삼계탕과 함께 대표적인 우리나라 전통 보양식으로 꼽히는 개고기는 사실 복더위를 이기는데 큰 도움이 안 됩니다. 보양식 하나 먹었으니 조금 나을 것이란 자기최면 내지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는 수준일 뿐입니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개고기는 닭고기와 돼지고기보다 단백질이 적고, 지질(지방)은 되레 더 많은 편입니다. 100g당 단백질 성분은 개고기가 19g에 그치는 반면, 닭고기는 27.8g, 돼지고기(등심)는 24.03g이나 됩니다. 또 100g당 지방은 개고기가 20.2g, 닭다리는 7.7g입니다. 돼지고기 안심도 개고기보다 단백질(22.21g)이 많고, 지방(3.15g)은 훨씬 적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고기 안에는 비아그라처럼 정력에 도움이 되는 성분도 없었습니다. 이는 개고기가 우리에게 더 이상 특별한 보양식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름철에는 왜 기운이 떨어질까요?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일까요? 사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유태우 전 서울대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여름철에 기운이 떨어지는 주원인으로 활동량 증가를 꼽았습니다. 낮 시간이 길고 밖에서 생활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계절이 여름이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일하는 시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과 후 회식과 모임도 많아집니다. 게다가 누구나 다 그렇게 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자기 몸이 받쳐줘야 한다고 믿고 몸을 쓰기 쉽습니다. 같은 일을 해도 무더운 여름철에 더 과로하고, 덩달아 기운이 떨어져 몸이 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 전 교수는 “일단 이렇게 기운이 없을 때는 보양식을 찾기보다는 충분한 휴식과 더불어 자신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먹을 게 풍족한 현대인에게는 보양의 의미도 무엇이든 배불리 먹는 게 제일이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듯합니다.

둘째, 덥다고 지나치게 움츠러들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운 날에도 적당히 몸을 움직이고 개인맞춤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입니다. 인체는 신진대사 활동에서 생기는 체열을 땀 분비로 조절합니다. 성인의 경우 체온 조절을 위해 평상시 알게 모르게 하루 500∼700㏄의 땀을 분비합니다. 동시에 노폐물 등 유해 독소도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따라서 적당히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체내 대사기능이 떨어지고 그만큼 유해 독소가 배출될 기회도 줄어듭니다. 반면 적당히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하면 땀과 함께 독소가 배출되고, 체열 자동조절 시스템이 강화됩니다. 참고로 여름철 운동은 한낮보다는 덜 더운 아침저녁에 자기 체력에 맞춰 1시간 정도 하는 게 알맞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팁은 이수치열(以水治熱)로 이겨내자는 건강포털 ‘비온뒤’ 홍혜걸 대표의 제안입니다. 더울 때는 수시로 물을 마시거나 가벼운 샤워, 등목 등으로 체열을 식혀주는 게 최선입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식 복더위 대응은 금물입니다. 일부러 사우나 등 더운 곳에 가거나 더운 날씨에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은 미련한 짓입니다. 체열이 더 올라가 탈진하기 쉽고 심한 경우 열사병으로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무더워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때는 수분부족으로 혈액이 걸쭉해지고 소변이 농축되기도 쉽습니다. 물을 자주, 많이 마시면 이 같은 위험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복더위를 이기는 길, 이수치열에 있습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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