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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서윤경] 탈원전 정책 탓 전력수급 비상? 언론은 헛짚고 정부는 오해 키워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예고 없이 노타이 차림으로 기자실을 찾았다.

급하게 잡힌 언론 브리핑에서 백 장관은 “오늘 전망된 630만㎾ 예비전력은 전력난이 심각했던 2012년 여름의 279만㎾보다 2배 이상”이라며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브리핑은 폭염으로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이를 진정시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백 장관이 다급하게 움직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원전 가동상황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이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수급 계획과 전망, 대책을 국민께 밝히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명을 다한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가동을 중단했고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도 결정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7기는 2022년까지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자연 재해’가 에너지 정책에 제동을 걸었고 일부 편향된 주장이 오해를 낳았다. 폭염으로 전력 사용이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자 보수매체와 친원전주의자를 중심으로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앞서 태풍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가 있던 곳에서 산사태가 나자 무리하게 추진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질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들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탈원전으로 전력 수급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가동을 중단한 원전 7기를 근거로 들었는데 탈원전으로 멈춰선 것은 월성 1호기뿐이다. 나머지 5기는 계획예방정비, 1기는 고장 정비 중이었다. 산사태가 난 태양광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에 건설됐다.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말하는 쪽도 문제지만 오해를 키운 산업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초 산업부는 전력 최대치 시점을 8월 2∼3주, 최대 예상치를 8830만㎾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력거래소는 이날 최고기온이 1.2도 하락하면서 오후 5시 기준 최대전력 수요가 전날보다 208만㎾ 감소한 9040만㎾라고 밝혔다. 예비율은 9.8%였다. 수요 예측에 오류가 생긴 셈이다.

여기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논란을 키웠다. 한수원이 계획예방 정비로 멈춘 원전 2기의 재가동 시기를 앞당기고 8월 중순에 정비하려던 다른 2기의 일정을 미루겠다고 밝히면서 사용한 ‘재가동’이라는 표현이 탈원전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된 것이다.

서윤경 산업부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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