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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목회자의 아름다운 은퇴

대형 교회 목회자가 정년 이전에 은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교회를 개척해 교세를 크게 확장시킨 목회자가 정년을 5년이나 앞두고 후배 목회자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변칙 세습이 한국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용퇴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 고양시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정성진 담임목사의 뜻에 따라 최근 목회자 청빙에 관한 투표를 통해 곽승현 목사를 2대 담임목사로 선정했다. 정 목사는 곽 목사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동시에 분립(分立)하는 거룩한빛운정교회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다 내년 12월 조기 은퇴한다. 예장통합 교단법상 담임목사의 정년은 70세이지만 과감한 용퇴를 결정한 것이다.

정 목사는 1997년 거룩한빛광성교회를 개척해 교세가 커지면 교회를 분립시켰다. 지속적인 교회 분립은 정 목사가 양(성도)을 알고 그 음성을 들으려면 성도 100명이면 된다는 목회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성도 300명이면 대형교회, 1000명 이상은 초대형 교회라고 생각한다. 그는 교회 개혁을 위한 조치들도 실행했다. 6년마다 담임목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했고, 담임목사 정년을 65세로 낮췄다. 재정 투명화를 위해 분기별로 회계보고서를 배포했고,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취약 계층을 돕는 일에도 앞장섰다.

정 목사는 사무실에 ‘我死敎會生(아사교회생·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이라는 액자를 걸고 개혁적인 삶을 실천했다. 지난 9월에는 지구촌교회 진재혁 목사가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오지인 아프리카 케냐 선교사로 갈 것임을 선언해 한국교회에 잔잔한 감동을 줬다. 성도들은 진 목사의 사임 철회를 요청하다가 한 달간 기도한 끝에 진 목사의 선교사 파송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 한국교회에 제2, 제3의 정성진·진재혁 목사가 출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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