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기타

[염성덕 칼럼] 文 대통령의 실패한 경제 슬로건



소득주도성장 포기하고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추진하되
규제·노동개혁 통한 혁신성장에 방점 찍어야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찬탄을 보낸다’고 말해도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은 한탄·비탄으로 받아들여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에 대해 상당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경제 3종 세트에 관한 한 애착을 넘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많은 경제학자와 전문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까지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꿈쩍하지 않는다. 각종 통계 수치가 경보를 울려도 귀를 닫는다. 국민의 아우성은 체질 개선을 위해 참아야 할 고통으로 치부한다.

경제 3종 세트는 슬로건에 불과하다. 순수한 경제 슬로건도 아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슬로건이다. 국민은 슬로건이 무엇인지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슬로건의 실효성만 따진다. 구호 정치에 매달리는 문 대통령이 딱하기까지 하다. 시누이와 올케 사이라고 할까, 개와 고양이 관계라고 할까.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주 충돌했다. 그나마 경제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한 인사는 김 부총리였다. 그런데 경제 ‘투 톱’을 한꺼번에 잘랐다. 둘의 공과를 엄정히 물어야 했다. 물타기 경질로 끝낼 일은 아니었다. 통치에 걸림돌이 되면 자른다는 신호를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관전평이 이채롭다. 그는 “김 부총리의 생각이 좀 더 옳았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그는 2년간 최저임금 29% 인상에 대해 과속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정부에서 초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렸다. 노무현 책사도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비판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애당초 경제 투 톱은 잘못된 발상이었다. 경제부총리에게 전권을 주고 정책실장은 조언을 해야 했다. 사공이 둘인데 배가 산으로 가지 않겠는가. 청와대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정책실장을 2기 경제팀으로 출범시키면서 ‘원 톱’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더는 투 톱 같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도 미덥지 않다. 사람은 바꿨지만 3종 세트는 바꾸지 않았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하나의 패키지다. 큰 틀이나 방향은 전혀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왕실장’다운 자신감이지만 불통과 아집일 뿐이다. 청와대는 3종 세트를 등가(等價)로 보지도 않는다.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이나 ‘공정경제>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으로 본다. 그동안 발언을 보면 그렇다. 혁신성장은 늘 3등이다. 말이 3등이지 꼴찌다.

이 구도에서 벗어나는 언행을 하면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 3종 세트에 분배를 추가한다면 혁신성장은 4등으로 처질 것이다. 메달권 밖이다. 성장을 하지 않고 공정한 분배를 할 수는 없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문 대통령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해야 한다.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위주로 정책을 추진하되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한 비책은 나와 있다.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을 하면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규제 하나가 없어지면 다른 규제가 생겼다. 정부는 기업의 ‘갑’이고, 공무원들은 기업 위에 군림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생명과 안전 같은 필수 규제를 제외하고 다른 규제들의 원칙적인 폐지”를 호소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도 “기업인들이 원하면 규제를 완전히 풀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과 비슷한 나라를 정하고 그 나라에서 폐기한 규제를 모두 제거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의 불공정 관행 타파가 노동개혁의 시발점이다. 민주노총의 횡포는 하늘을 찌른다. 곳곳에서 점거농성을 일삼고 있다. 경사노위에는 불참하고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의 전횡을 보다 못한 여권 인사들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친노동계 성향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폭력적”이라고 민주노총을 비난했다. 공권력이 팔짱을 끼고 있어 아직까지는 엄포일 뿐이다. 당정청은 말로만 압박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민주노총의 일탈을 응징해야 한다. 정권의 ‘공신’이라고 방관하면 현 정권이 지향하는 공정사회는 물 건너간다.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찬탄을 보낸다”고 했다. 이 발언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문 대통령이 찬탄이라고 말해도 국민 대다수는 한탄과 비탄, 통탄으로 받아들인다. 자영업자, 소상인공, 저소득층, 실업자,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심지어 중산층까지 그런 심정일 것이다. 경제 지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논설위원 sdyu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