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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필수] 국내 자동차산업의 최후 보루 살려야



위기의 국내 자동차 산업을 구출하기 위한 광주형 일자리 추진이 좌초 위기에 있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은 고비용 저생산 구조인 국내 자동차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2014년부터 준비한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회가 노동계 목소리를 반영한 광주시의 입장과 투자 의향을 가진 현대차의 조율 실패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광주시와 합의한 한국노총 광주지부의 의견과 달리 민주노총은 처음부터 거부를 선언하고 총파업으로 위협하는 상황이다.

지난 분기 현대차나 기아차의 순영업이익률은 1%대로 최악이다. 협력사들은 이미 도산하기 시작해 기초부터 무너진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이 돼가고 있다. 더 큰 고민은 이 현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반등할 수 있는 극적인 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고비용과 저생산·저효율·저수익의 1고 3저가 이미 자리매김했다. 강성노조와 연례 파업도 부담인데 정체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개척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서 최악의 구조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광주형 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년간 공들인 추진 일정을 잘 마무리하면 20여년 만에 국내에 새로운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게 된다. 이는 침체돼 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은 지난 5월 광주시와 현대차의 참여 의향서가 전달되면서 성취 가능성을 높였다. 주 근무시간과 연봉은 물론 임금 단체협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기본 합의가 도출됐었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로 제자리를 맴돌다가 광주시와 다시 합의안을 도출하였고 이후 현대차와의 최종 합의에 실패하면서 제자리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초 전달된 참여 의향서와 달리 추후 주요 항목에서 여러 변화가 생기면서 현대차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변수가 많아졌다.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없는 것일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우선 기본 요건 중 당사자 모두가 한걸음 물러서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도태의 길로 빠르게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

하나하나 항목을 짚어보자. 주 44시간 근무 합의는 특근이나 초과근무 등을 조합한 탄력근무제를 통해 3∼4시간 정도 조율이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로 임금 수준은 원래와 같이 연봉 3000만원 중반대를 유지하여야 한다. 광주의 생산차종이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형 SUV인 만큼 기존 완성차 업계 임금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의 연봉이어야 생산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기아의 레이나 모닝 등 경차를 생산하는 하청업체인 동희오토를 봐도 국내에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모델은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덜 받는 근무자를 위한 추가 보상으로 언급되는 광주시의 주택 등의 보조를 더욱 확대해 보상 폭을 넓히는 작업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현대차가 가장 거부감을 갖고 있는 임금 단체협상은 5년을 기준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는 작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연간 임단협은 의미가 없고 현대차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경영은 경영진의 몫이며, 노동계는 복지와 삶의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한다. 굳이 필요하다면 경형 SUV 등 다른 차종과 겹치지 않는 차종만 생산한다는 약속 정도면 어떨까.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현대차를 몰아붙인다고 해서 사업이 성사되는 건 아니다. 현재 조건은 현대차가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고비용·저효율에 빠진 기존 자동차 공장과 똑같은 공장을 광주에 또 하나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생산 공장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돼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고사(枯死)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사를 막을 최후의 보루, 광주형 일자리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김필수(대림대 교수·자동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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