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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수 칼럼] 남은 지지율 쏟아부어 해야 할 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50% 초반대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히는 남북관계 개선도 북한 비핵화가 장기화될수록 시들해질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이룰 수 있는 다른 업적은 무엇일까. 경제를 살려내면 가장 좋겠지만 대내외적 여건과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진보 정권이 아니면 추진하기 어려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진보적인 정책일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예를 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체결했던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과 같은 것이다. “반미면 어떠냐”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이 한·미관계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진보 세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실망하며 돌아섰지만 역사는 노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하고 있다. 만일 보수 정권에서 추진했다면 더욱 국론은 분열되고 갈등은 심화됐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지율 손해를 보더라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추진할수 있는 정책이 바로 노동개혁이다. 보수 정권은 거센 저항 때문에 애를 먹는 정책이다. 노동계 등 진보 세력이 좋아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지율도 하락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나타난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등으로 젊은이들의 실망과 분노가 크다.

그제 총파업을 한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노사상생 모델이다. 젊은이들이 3000만원대 연봉도 감사하다며 간절히 바라는 일자리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막고 있다. 그러면서 고용세습은 한다. 민주노총은 현대차 등 대기업 노조가 이끌고 있다. 3000만원대 연봉으로 광주에서 자동차가 생산되면 1억원에 육박하는 귀족노조 연봉체계가 흔들릴까봐 반대하는 것일까. 총파업 참가자 80%가 현대·기아차 소속이다. 군사독재 시절 무자비하게 탄압받던 노조가 아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도 반대한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첫 여야정 회의를 갖고 모처럼 합의한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도 실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은 산입 범위 확대로, 주 52시간제 도입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로 유명무실해졌다며 분노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악화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몰락으로 이어지는 현실, 탄력근로제 확대를 하지 않으면 생산 차질을 빚는 중소·영세기업의 사정은 외면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말이 국정 운영의 분기점이 돼야 한다. 진보 세력의 잘못은 진보 정권이 바로잡아야 효과가 있다. 보수 정권이 회초리를 들면 노동탄압이라며 거세게 저항할 것이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혼내는 것은 괜찮지만 남의 부모가 그러면 부작용이 나는 것과 같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인 독일의 ‘하르츠 개혁’도 진보 정권인 사회당의 슈뢰더 총리 주도로 이끌어냈다. 하락하는 지지율에 노심초사하거나 몸을 사려 부담되는 정책을 피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남아있는 지지율을 의미 있는 일에 쏟아붓기를 바란다. 노동개혁이든 규제개혁이든 진보 세력이 반대한다고 주저하면 안 된다. 민주노총이 문재인정부에 등을 돌린다고 자유한국당으로 가겠는가. 문 대통령이 바라는 야당과의 협치도 노동개혁 과정에서 가능할 것이다. 마침 한국당도 노동개혁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오히려 이런 개혁이 마중물이 돼 더 큰 물줄기가 쏟아지고 더 큰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신종수 논설위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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