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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고승욱]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하다



역시 소통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한 지난 9일 KBS 대담 프로그램이 그랬다. 궁금한 사안이 많았는데 어떤 것은 대답을 들었고, 어떤 것은 듣지 못했다. 외교·안보와 관련된 몇몇 발언은 녹취록을 출력해 여러 차례 읽어본 뒤에야 무슨 의도였는지 겨우 감이 잡히기도 했다. 모든 국민이 저마다 이렇게 생각할 텐데 실제로 소통이 된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원로 초청간담회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오해는 풀렸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을 완전히 청산해야 협치를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당시 발언을 짚어가면서 설명했고,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 직후 대변인 발표로는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친일파 청산, 군부독재세력 처벌 같은 단어와 오버랩되면서 이전 정권의 국정농단에 개입했던 세력과는 어떤 일도 함께할 수 없다는 초강경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인 사람도 많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올랐던 후보자 검증 문제에도 아쉽지만 대답이 있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탈세, 부동산투기, 논문표절같이 뻔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인사청문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없었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무리한 코드인사 탓으로 돌렸고, 여당은 대한민국에서 장관 할 만한 사람 중 흠결 없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했다. 문 대통령도 처음에는 청문회를 거친 인사들이 일을 잘한다는 대답으로 끝내려 했다. 하지만 질문이 거듭되자 “청와대가 그런 흠결이 있음에도 발탁하려는 것은 능력이나 실력을 평가해 발탁하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어렵게 말했다. 꼭 필요했기에 한두 가지 단점을 덮었던 인사들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미리 알리고 장점이 단점을 능가하는지 구체적으로 토론케 했다면 인사참사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진단한 것처럼 제도미비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청와대가 보였던, 열심히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신경질적 대꾸가 불러온 반발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답을 듣지 못한 질문도 많았다. 사실 경제 문제는 대부분 그랬다. 청년실업을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통계청의 2, 3월 고용률을 예로 들며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말로 끝냈다. 경제성장 관련 질문은 장기적 낙관론으로 대신했다. 이 대답에 IMF 세대보다 더 불행하다고 한탄하는 청년들이 수긍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루하루 삶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격려의 말도 아니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추가 질문은 없었다. 80분은 너무 짧았다.

문 대통령의 장점은 진심이 담긴 말과 행동이다. 답답할 정도로 열심히, 성실하게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에 반발했던 많은 사람이 문 대통령의 이런 모습에 매료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 대통령이 멀게 느껴졌다. 악의적 해석과 비상식적 비난을 피해 문을 닫은 것일까. 사실 문재인정부는 이럴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이 다시 도발을 시작했어. 그래도 선은 넘지 않았으니 다행이야. 열심히 해볼게.” 굳이 미사일이 아니라고 앞장서 손을 내저을 이유가 없는데 그렇게 했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훨씬 더 자주하면 좋겠다.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어디서도 답하지 않으니 답답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많은 오해가 풀릴 것이다. 이번처럼 인터뷰어의 태도가 무례하니 마니 하는 쓸데없는 논란도 없어질 것이다. 한 번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꾸준히 진행한다면 국정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제안한 1대 1 회담도 받았으면 한다. 원내교섭단체 대표를 매일 한 명씩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재인정부가 집권한 지 겨우 2년이 지났을 뿐이다.

고승욱 편집국 부국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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