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노희경] 내 아이를 위한 기도문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내내 잊히지 않는다. 재취업에 성공했고 새 아파트로 이사까지 하며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중학교에 다니는 큰아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놀라지 마시고 들으세요”라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친구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단다. 아들이 다른 반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맞아 다쳤으니 빨리 학교로 오라는 거였다. 한달음에 간 학교에서 마주한 아들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온통 멍투성이였고 팔이며 손엔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역력했다. 몇 대를 맞았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엄마를 향해 아들은 “울지 마세요”라며 되레 위로했다고 한다. 학생부실에 모인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선생님을 사이에 두고 가해 학생이 “넌 어떻게 맞으면서 나를 한 대도 안 때릴 수 있냐”며 못마땅한 듯 물었단다. 친구 아들은 그 학생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렇게 답했다. “너도 교회에 다녀. 성경에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도 대라고 했어.”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가르침(마 5:39)을 인용해 당당하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친구 아들이 참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친구 아들은 이후 학교 내에서 ‘맞으면서 한 대도 못 때린 나약한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의연하게 그 모든 시간을 이겨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나간 친구 부부 역시 그런 아들의 뜻을 존중해 가해 학생을 조건 없이 용서했다.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 등 학폭위원들에게 “성적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고 친구와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도 했다.

아직도 어리기만 한데, 친구 아들은 어떻게 이런 믿음의 고백을 당차게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아이 스스로 이런 강단 있는 믿음을 만들어냈다곤 생각지 않는다. 오랜 시간 아들을 위해 씨 뿌리는 심정으로 눈물 기도를 해온 엄마의 견고한 믿음 밭이 키워낸 결실이 아닐까.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간구한 부모의 기도엔 능력이 있다.

친구 부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크리스천 부모는 자녀를 최우선에 두고 기도를 드린다. 아이의 건강과 학업, 교우관계, 특히 안전을 위해 기도한다. 또 매일같이 아이 손을 잡고 “주님께서 너와 함께하신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며 토닥인다. 그런데도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 친구 아들처럼 학교폭력에 휘말릴 수 있고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로 인해 아이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부모의 기도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 상처들 또한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하고 치료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은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기도하고 주님의 음성 듣기를 간구한다. 엄마와 함께 매일 기도했던 것을 떠올려 “주님을 따르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에게 힘을 주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법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믿음의 뿌리가 깊고 단단할 수밖에….

중국 상하이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한 선교사는 두 아들을 위해 매일 주기도문으로 기도를 드린다고 했다. 주님 가르쳐주신 기도에 자녀 이름을 넣어 기도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동훈이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영어 성경에선 ‘시험’을 템프테이션(temptation)으로 썼다. 유혹이란 말이다. 악은 사건과 사고를 의미한다. 즉 이 세상의 온갖 유혹으로부터, 또 세상의 온갖 사건·사고로부터 우리 아이를 지켜 달라는 부모의 간절함이 담긴 기도이다.

시편 1편 1절 말씀에도 자녀 이름을 넣어 기도할 수 있다. “동훈이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않고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않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묵상하는 자 되게 하소서.”

짧은 여름방학을 끝내고 아이들이 학교로 복귀했다. 아이를 염려하고 근심하는 눈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젠 무조건 기뻐해 주고, 사랑해 주고, 기다려 줘야겠다. 내 아이를 위한 주기도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노희경 미션영상부장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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