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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코로나 사태로 한·중관계 읽기



신종 코로나 사태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한·중 관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중국에 대해 5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성의를 보였음에도 중국 정부는 한국 전세기 일정을 느닷없이 지연시키는 등 푸대접을 했다. 중국은 한국에는 오만한 패권국의 행태를 나타냈음에도 미국과 일본에는 전세기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정부는 한·중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으며 사드(THAAD) 국면에 비해 호전됐다고 했지만, 이번 일로 대중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중 관계 냉각의 가장 큰 원인은 사드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 중국은 애초 사드 문제 자체를 북한 핵에 대한 대응용으로 보지 않고 미국의 대중 견제에 대한 동참으로 간주했다. 중국 정부는 문정부가 사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었지만 이를 묵인하자 문정부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한·중 관계의 냉각은 근본적으로 한·중 관계 기본구도가 변화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992년 수교 이후 2000년대까지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장 측면에서 한국 요구도 수용하면서 양국 관계 심화·발전을 모색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에는 비약적으로 증대된 국력을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중국은 국력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지를 표출했다.

중국의 방향 변화에 대해 한국이 확실한 대응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도 한·중 관계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문정부는 중국에 대한 ‘이념외교’의 허상 속에 중국의 과도한 기대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외형상 우호관계 관리에만 주력했다. 대북정책에서 한·미, 한·중 관계를 동시에 카드로 활용하려는 문정부의 구상은 중국에 한국 압박의 빌미를 만들어 주었다. 이 과정에서 문정부는 중국에 제대로 ‘할 말’을 못했고, 중국의 요구 또한 거세졌다. 결국 한·중 관계는 비대칭적인 관계가 확대되면서 합리적인 외교를 어렵게 만들었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한국이 당면한 딜레마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중의 갈등과 경쟁이 증폭될수록 중국은 한·미동맹에 대해 더 많은 우려와 견제를 하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에서 보듯이 중국은 자신의 이익수호를 위해 한국에 더욱더 강압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 한반도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의 체제 유지에 중점을 두는 중국의 접근은 한국 외교에 대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동맹국의 더 많은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한·중 관계와 한·미동맹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구상은 자칫 이율배반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중 관계에서 누적돼 왔던 잠재적 문제점들을 되돌아보고 합리적인 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양국은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과도한 기대나 우려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차원에서 냉정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의 압력 외교에 끌려가기보다는 양보 가능한 사항과 양보 불가능한 것을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가진 불신이나 불만의 상당부분은 중국이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한국이 ‘소극적 부인’ 혹은 ‘무대응’으로 일관한 탓도 있다. 이러한 태도에서 한국이 탈피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 역할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또한 양국 정부 이상으로 양국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 역시 주요 과제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한·중 간 이견 발생 과정에서 나타난 부정적이거나 악의적인 이미지를 서로 불식할 수 있도록 다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점에서 민간외교와 공공외교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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