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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양승조와 이시종



지금 충청도는 전국의 시선이 모인 곳이다.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피해 전세기를 타고 온 교민들이 수용된 곳이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50㎞ 정도 떨어진 두 곳의 정부 소유 연수원 시설에는 우한 교민 700명이 수용돼 있다. 정확하게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527명,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173명이다. 충청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교민 수용시설을 충남 천안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였다. 천안은 난리가 났다. 시민들은 물론 시의회와 각 시민단체가 “절대 안 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양승조 충남지사는 그날 저녁 입장문을 냈다. “천안으로 정해진다면 안타깝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이니 만큼 수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정부는 천안이 아니라 아산과 진천 분산 수용안을 발표했다. 또 아산과 진천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인재개발원 근처 시골마을 주민들이 진입로를 트랙터로 막고 드러누웠다. 충북혁신도시 안에 위치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 주민들은 더 많은 인원이 길을 봉쇄했다. 양 지사의 입장은 천안이 나왔을 때와 전혀 다름이 없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직접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행정부지사가 입장문을 냈다. 내용은 “정부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는 내용으로 진천 수용에 반대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때부터 두 충청 남북도 수장의 행보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양 지사는 아산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마을로 곧바로 달려갔다. 아예 충남도지사실을 이 지역 마을회관 등에 설치했다. 물론 임시관사도 빈집 하나를 찾아내 마련했다. 지난달 30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방문하자 양 지사는 동행했고, “절대 우리 마을엔 못 받아들인다”던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임시 충남도청이 마련된 마을회관에서 열었다. 격앙된 주민들이 창문을 깨기도 하고, 어떤 이는 “너희가 뭔데 여기로 정한 거야”라고 무례한 언사를 했는데도 그는 “제가 수용된 교민 단 한 명이 남았더라도 바로 여기서 동고동락하겠습니다”라고 설득했다. 주민들은 금세 흥분을 가라앉히고 농성을 풀었다. 다음날 새벽 경찰인재개발원 앞 도로는 말끔하게 치워졌고, 오전 9시쯤 교민들은 되레 아산 주민들의 환영 속에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이 지사는 진 장관이 아산을 방문한 뒤 곧바로 진천으로 오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함께 들어갔다. 아산에서 양 지사와 진 장관이 주민들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인 셈이다.

다행히 진천 주민들은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 여론에 스스로 반대 깃발을 내렸다. 몇 차례 주민과의 간담회를 열었지만, 이 지사가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했던 듯하진 않다. 아직 이 지사의 집무실은 ‘원래 그대로’ 충북 청주의 도청에 있다. 이 지사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진천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한다고 한다.

양 지사는 지난 1일 교민들이 입소하자 “우리가 충남이고, 우리가 대한민국”이란 메시지를 냈다. 신종 코로나 공포로 지역경제가 얼어붙고 아산시민들이 불안에 떨자 “이런 때일수록 더 아산 관광지를 방문하고 격려하자”고 했다. 그 시간 이 지사는 중앙정부를 향해 “지방교부세를 더 늘려 달라”고 했다. 진천에 교민을 수용하는 ‘부담’을 국가 대신 졌으니 지방재정에 더 많은 몫을 달라고 한 셈이다.

아산에 수용된 인원이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들어간 사람보다 세 배가량 많다. 아직 충남도가 중앙정부를 향해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은 없다. 지방정부는 당연히 지역주민이 우선이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지면 ‘제 고을’만 내세워선 안 된다. 두 도지사의 지난 행보는 한참을 생각해보게 할 만큼 비교가 되는 듯하다.

신창호 사회2부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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