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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반가운 스타의 귀환



연초인 1월 3일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AC 밀란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이하 즐라탄·39)의 8년 만의 복귀를 공식 밝혔다. 즐라탄은 2010-2011시즌부터 두 시즌만 밀란에서 뛰었지만 85경기에서 56골을 터뜨리며 입단 첫 시즌에 팀의 우승을 이끌어낸 스타다.

복귀 후 한 달여. 올 시즌 하위권으로 밀려났던 명문 밀란은 즐라탄의 영입 후 톱 10에 오르며 상위권 진입을 노크 중이다. 즐라탄은 이 기간 6경기 3골을 넣어 건재함을 입증했다. 왕의 귀환에 팬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요즘 축구계는 전 국가대표 주장 기성용(31)의 국내 복귀설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해지한 기성용이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히고 유럽 경력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은 기성용이 한국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FC 서울에서 함께 뛰고 나란히 유럽에서 활약한 이청용(32·보훔)의 동반 복귀까지 거론되자 축구 관련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원 소속팀 서울과의 순탄치 않은 초기 협상, 거액의 이적료 문제가 돌출되기도 했지만 난관을 극복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주말을 거치며 기성용의 K리그 재입성은 단순한 설을 넘어 거의 확실시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구단이 스타의 귀환이 미치는 순기능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 있다.

미국프로야구의 한국인 개척자 박찬호(47)는 미국 진출 18년 만인 2012년 고향 연고 구단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로 뛰었다. 당시 일부 구단의 견제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나서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와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며 그의 한국 무대 입성을 도왔다.

미국과 일본에서 1000억원가량 번 박찬호는 몸값에 구애받지 않고 구단에 계약을 위임했다. 한화가 책정한 연봉·옵션 6억원을 유소년 및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기로 하고 국내 마운드에 올랐다. 2012년에는 박찬호 외에 일본에서 활약한 이승엽(삼성 라이온즈)과 김태균(한화)도 동시에 유턴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그해 프로야구는 출범 이래 처음 관중 7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K리그에는 약 237만명이 몰리며 관중이 전년도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한국 축구는 연령별 국제대회에서 K리거의 활약에 힘입어 잇단 호성적을 거두었다. 이런 가운데 기성용·이청용의 복귀는 한국 축구와 K리그의 르네상스 기회가 될 수 있다. 똘똘한 스타 한두 명이 리그를 먹여 살리는 모습을 인근 일본과 중국 축구 무대에서 봐 왔다. 일본 J리그는 FC 바로셀로나의 스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빗셀 고베)를 영입한 뒤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이 처음 2만명대에 이르렀다. 머니게임을 통해 외국 유명스타들을 영입하기 어렵다면 결국 해외에서 뛰던 국내 스타들의 복귀가 리그 발전의 해답이다. 기성용은 실력과 카리스마로 봤을 때 이에 부합한 선수다.

미국 스포츠 전문기자 샘 워커는 저서 ‘캡틴 클래스’에서 팀을 위대하게 만드는 리더의 자질로 ‘끈질김’ ‘궂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점’ ‘말보다는 행동으로 동기부여를 끌어올리는 것’ ‘진실을 말하는 용기’ 등을 꼽았다. 기성용이 국가대표에서 보여준 모습과 일치하는 요소다. 기성용의 존재는 K리그 흥행몰이를 넘어 한국 축구의 비상에 필요한 리더십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즐라탄의 복귀를 넘어서는 센세이션이 한국 축구에서도 불기를 기원한다.

고세욱 스포츠레저부장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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