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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일본은 과연 선진국인가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6일 현재 53명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감염자를 포함하면 408명으로 많아진다. 이 크루즈선 탑승자를 상대로 현재까지 진행된 검사에서 감염률은 3분의 1 이상이니 실제 감염자는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사망자까지 나왔고,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지역사회 감염마저 우려되고 있다. 일본의 실패에 화가 난 미국은 수송기를 보내 자국민 300여명을 데려가려 한다. 대만은 이미 일본을 경계지역으로 지정했다.

일본은 1월 16일 국내 감염자가 확인되고 한참 지난 2월 1일에야 후베이성 출신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내놓았다. 2월 5일 크루즈선 확진자가 10명 발생하고 나서도 격리, 검사, 치료라는 기본 방역시스템을 발동하지 않았다. 결국 방치된 선내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일본 내 첫 사망자가 나오자 아베 신조 총리가 방역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우한 출신 중국인 관광객이 도쿄 오키나와 등 여기저기 방문하고나서였다. 적어도 후베이성 방문 중국인을 초기에 입국 금지해야 했다. 4월 초순 시진핑 주석 방일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도쿄올림픽 관광객이 줄지 않도록, 이래저래 정치적 꼼수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후생노동대신, 관방장관의 답변이 각각 다르고 지휘본부 계통이 잡히지 않아서 갈팡질팡했다. 2월 14일 오키나와에서 확진 환자가 나왔지만 일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공유 요청에도 즉각 대처하지 않았다. 중국 사스, 한국 메르스 사태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일본은 방역체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보공개가 늦거나 불분명해서 감염자 동선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데다 한국보다 CCTV도 적어서 감염자 동선을 정확히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강제 격리도 쉽지 않고, 한국만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확진자 이동지도 앱도 만들지 못했다.

크루즈선의 3700명을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격리, 치료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러면 일본은 감염자 수가 단연 2위로 높아진다.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하겠지만 도쿄올림픽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대신은 1월 12일 기자회견에서 크루즈선 전수검사에 방호복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마스크와 장갑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크루즈선에 들어간 검역관이 먼저 감염됐다. 검역관은 선내 입구에 머물러 있고, 승무원들이 오가면서 승객 전수검사를 도왔다. 선내 감염이 더 빨라졌고 승무원만 23명 감염됐다. 청결과 위생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일본 아닌가. 고개가 갸우뚱해질 지경이다.

3월 1일 도쿄마라톤이 열린다. 3만8000명의 선수가 몰려오고, 100만명 이상이 응원차 연도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방재와 방역, 보건과 위생이 세계 최고라는 일본 관료와 국민의 막연한 자신감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보다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훨씬 높다. 인적, 물적 교류도 일본보다 한국이 더 비중이 크다. 2017년 현재 세계에선 9억7000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이 중 45%는 중국에 있다. 2위인 미국(7.6%)보다 비교할 수조차 없이 많다. 닭 사육두수는 전 세계에 228억 마리인데 21.3%가 중국의 것이다. 2위 인도네시아(9.5%)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중국은 지리적으로도 우리와 훨씬 가깝다. 중국발 환경문제, 미세먼지, 전염병 등 한국은 일본보다 더 커다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정치, 경제, 남북 문제에다 중국 변수의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환경이나 방역 등 인간안보 변수 말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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