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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우리 곁의 코로나19, 판데믹



전염병 예방전문가이자 미국 뉴욕시 보건병원공사 이사인 사이라 마다드 박사에 따르면 스페인독감, 메르스, 신종플루와 같은 특수한 바이러스 전염병의 특징은 4가지 정도다. 치사율이 높고, 치료제가 없으며, 대중적 패닉을 유발하고, 전염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코로나19를 적용하면 치사율이 낮은 것을 제외한 3가지 특징이 모두 나타난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코로나19의 치사율이 신종플루보다 높고 메르스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시작됐던 신종플루는 전 세계적으로 163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1만9000여명이 숨졌는데 치사율이 1% 수준이었다. 국내에서는 484일의 유행기간 동안 76만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270명이 사망했다. 치사율 0.035%였다. 치사율은 통계작성 방법이나 국가별 의료시스템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메르스 치사율은 34%, 사스의 치사율은 9.6%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사율을 0.23~2.5%로 추정한다.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많은 제약회사와 바이오업체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도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주도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새로운 백신 개발에는 10~15년이 걸리고 비용도 천문학적이라고 한다.

사회적 패닉과 전염성 문제는 시민의 영역, 사회적 성숙도의 영역이다. 사재기, 자가격리 위반, 질병 숨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기침, 공공 집회 강행, 정부에 분통 터뜨리기,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지역 비하, 다른 사람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같은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일들이 아니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가 우리 곁에 다가왔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읽은 많은 글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치명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이 작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신종 전염병은 완벽하게 예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판데믹(Pandemic 전 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은 반드시 일어난다. 시기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페스트’를 보면 도시가 페스트로 봉쇄되자 시민들은 불안함과 불만을 토로한다. 주인공인 의사 베르나르 리유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습관을 방해하거나 이해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건에 특히나 민감했다. 그래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냈는데, 그런 감정들로는 페스트에 맞설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작정 두려워하는 것도, 타인에게 짜증을 내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현재 벌어지는 전염병과의 전투를 이겨내고, 미래의 판데믹을 준비하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와의 사투’ 최일선에 섰던 대한감염학회는 2017년 백서 ‘메르스 연대기’를 발간했다. 학회는 “우리나라는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도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비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고, 이 뼈아픈 대비의 실패는 메르스 재앙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정부 보건 방역시스템에 감염 전문가들을 확충하고, 투명한 보건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중소병원 감염관리를 강화하고, 역학조사관을 포함해 감염관리 전문가를 양성하고, 해외 전염병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할 것을 제안했다. 메르스 이후 5년 만에 코로나19가 느닷없이 나타났다. 우리는 5가지를 충분히 준비했을까. 비전문가인 기자의 눈에도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시스템 구축은 요원해 보인다.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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