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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코로나19의 국제정치 역학



우한발 코로나19 사태는 ‘블랙 스완(Black Swan)’과 같다고 말한다. 검은 백조는 기존 상식으로는 예측되지 못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국제관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며 대응 또한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만 해도 지구가 하나가 된 세계화로 나타난 병리현상으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파워로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리스크를 발생시킨 것이다. 중국과 상호의존이 심화된 국제관계로 인해 각국은 중국발 위기에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국제관계의 새로운 양상은 우선 경제 글로벌화가 국내외적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기존의 경제 위기와는 달리 수요 급감과 동시에 공급망에 영향을 줬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0년 상반기 항공여객 수가 최대 1960만명이 줄어든다고 예상할 정도로 영향은 크다. 중국에 공장이 있는 애플은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현대차의 부품생산에도 영향을 줘 세계경제는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둘째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은 기존 방역대책과 경제부양을 위한 재정확대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각국이 국경을 차단하고, 공급망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는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인적교류와 교역을 해야 한다는 기존 국제정치경제 상식보다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한다면 자유경제질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셋째 중국이라는 비민주주의 국가에 의해 위기 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중국이 보여준 언론 통제와 시진핑 일극 집중체제는 코로나 사태의 초기 대응에 실패한 원인이 됐다. 중국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함으로써 코로나19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전파됐다.

공교롭게도 한·일 양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대응 실패로 똑같이 국민의 반발에 처해 있다. 한국과 일본 공히 중국 입국제한을 하지 않으면서 ‘자국민보다 중국을 우선한다’는 거센 비판에 휩쓸리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기존 국제관계 틀에 얽매여 있는 한·일 양국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애초부터 전문가들이 중국 입국제한을 권고했음에도 올해 초 시진핑 방문을 의식해서인지 문재인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 북한 문제를 고려한 중국 눈치보기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크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아베정부는 4월 초 예정된 시진핑 방일이 무산될까봐 노심초사한 것이다. 일본은 중국 관광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7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라는 고려까지 겹쳐 코로나 사태를 이웃집 불구경하듯 했다. 한·일 양국 모두 코로나 사태가 미칠 파장을 무시한 근시안적 태도를 취했음에 틀림없다.

중국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여전히 기존 국제관계 파워에 집착한 외교를 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이 ‘중국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고 한·중 운명체론을 폈음에도 시진핑 방한은 꼬리를 감추었다. 게다가 중국은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면서 한국에서 온 여행객을 가장 먼저 격리했다. 그와 달리 일본에 대해서는 지난 28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보내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데 힘을 실어 주었다.

중국 리스크에 대한 한국의 불충분한 대응이 자신의 발등을 찍은 꼴이다. 지금이라도 문재인정부는 중국 눈치보기 차원이 아니라 한국의 국가대전략 차원에서 한·중 양국 관계를 정당하게 평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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