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어디서나 통하는 역사의 교훈이다. 뭐든 과하면 못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란 뜻이다. 한 개인의 언행도, 집단의 행동도, 국가의 통치행위도 지나치면 화를 자초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요즘, 이를 거꾸로 말하는 이가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달 말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전염병에는 ‘지연’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훨씬 더 좋은 방책”이란 말을 해왔다.
누가 봐도 좀 과하다 싶은 경기도 거주 노약자·장애인·정신질환자 18만명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전격 실시할 때도 같은 언급을 했다. 도내 신천지 시설을 모두 찾아내 폐쇄하고 신도 명단을 주지 않는 과천집회소에 강제로 진입해 명단을 확보한 일도 이 지사의 이런 소신 때문이었다. 이 지사의 이런 언급과 행동에 대해 누구도 이론(異論)을 달지 않는다. 엄청난 확산력을 가진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으려면 과잉으로 느껴질 만큼 과단성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되레 더 많다.
정치권에선 아직도 우리 정부의 중국인 입국금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쪽의 주장은 두 가지다. 왜 사태 초기에 중국인 입국금지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중국인 입국금지를 취하라는 것이다. 이 두 주장에 대해 정부·여당은 처음부터 한결같이 반대해왔다. 1월 중순부터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할 때 청와대는 “중국인 입국금지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2월 들어 우리나라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땐 “이미 입국금지의 실효가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부 스탠스엔 “해외여행 수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막지 않겠다”는 경제논리와 함께 ‘시진핑 중국’의 반한(反韓)지수를 높이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었던 듯하다. 이제 와서 정부가 의사와 감염 전문가들 논리를 차용해 “이미 실효가 없다”고 한 것도 어색해 보인다. 이들이 사태 초기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가 필요하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 금지·제한이나 입국자 전원 격리 조치를 취한 나라는 2일 현재 80개국을 넘어섰다.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는 미국마저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전수검사를 취할 태세이고, 자국인의 대구·경북 여행금지 조치를 취했다.
거꾸로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의 각 지방정부가 한국인 입국 제한에 속속 나서는 형편이다. 중국 각지에 한국인 혐오 선풍이 불고, 한국 여행 자제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외교부를 내세워 중국 정부에 엄중 항의해도 “유감이지만 전염병 예방이 먼저”라는 무뚝뚝한 답만 들려온다. 불과 한 달 전쯤 주한 중국대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중국은 안전하고 중국인 입국금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청을 높였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신천지발(發) 코로나19 사태가 어디서 시작된 건지 아직 확실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신천지 신도 상당수가 지난 1월에도 우한을 들락거렸고, 중국인 신도가 한국으로 건너왔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다.
정부도 처음부터 이 지사처럼 “전염병에는 과하게 대응하는 게 늦게 대응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과감하게 한시적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더라면 어땠을까.
신창호 사회2부장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