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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코로나 외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염병의 세계적 만연상태인 팬데믹(pandemic)은 아니라는 국제보건기구(WHO)의 설명이 무색하게 이미 93개국에서 약 1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세계 각국의 ‘한국 공포증(Korea phobia)’이 확산일로라는 점이다.

외교란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다양한 교섭을 통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무활동을 가리킨다. 외교무대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자국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고려보다는 자국 위주의 정책 결정을 다반사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주권에 해당되는 일방적 입국금지나 제한 통보는 한국인들의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혔다. 코로나 외교에서 속수무책 모습을 보인 한국은 이제 동네북이 된 것 같다. 심지어 한국에 ‘바이러스 수출국’의 오명까지 덮어씌우려 한다.

방역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상처는 깊다. 한국 기업이 자국 수출의 25%를 담당하는 베트남에서 이미 출발한 한국 국적기가 착륙 거부 통보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미 100여개 나라가 한국 정부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외교적으로 공을 들인 나라나 방역선진국에서조차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런 빌미를 제공한 측면은 없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일차적인 판단 착오는 대중 관계에서 발생했다. 한국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우선 고려해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지 않았다. 초기에 중국인 전면 입국 제한을 했다고 바이러스 확산 차단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특히 상반기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공을 들이고 있던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외교적 관계를 우선 고려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중국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지속적인 발언은 정쟁을 유발하는 정치적 오해를 낳기에 충분했다. 중국이 한국의 코로나 확산을 ‘중국 책임론’ 탈피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크루즈선을 방치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일본 역시 시 주석의 방일이 연기되자 애꿎게도 한국인 입국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료선진국임에도 국제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올림픽 개최도 위험에 처하자 비판 여론을 다른 데로 돌려 보려는 의도가 깊게 깔려 있다. 당황한 한국 정부는 일본과 같은 맞대응 조치를 선언했다. 지소미아 갈등으로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일본은 한국을 속죄양처럼 다뤄 한국 외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코로나19에 무방비 상태로 알려진 북한도 지난 4일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이 청와대 맹비난 담화를 발표하더니 다음 날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 환난을 위로하는 친서를 보냈다. 중국 사정이 여의치 않으므로 한국과의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이중 전술이기도 하지만 한국은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되는 대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세계 각국은 이 전대미문의 변종 바이러스 앞에 ‘외교보다는 방역이 우선’이라는 절박성을 계속 투영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일단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집중하면서 외교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또 다른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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