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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하고 싶은 일



이 시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를 말하는 건 성급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코로나19 상황이 하루속히 끝나기를 갈망하지 않는가. 황성주 사랑의병원 원장도 얼마 전 국민일보 기고문에서 ‘한국인에게 코로나19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다행히 신규 확진자 수도 줄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코로나19 이후 ‘버킷 리스트’ 5가지를 뽑아봤다.

우선 마스크를 잔뜩 구입하겠다. 다음 코로나 대비용이다. 언제 닥칠지는 모른다. 사스는 2002년, 메르스는 2015년 발생했다. 마스크 자체에 유통기한이 있어 무작정 쌓아둘 수는 없다. 다만 일정량은 비축해놓고 싶다. 유통기한에 맞춰 미세먼지 심한 날이나 감기에 걸렸을 때 사용하면 된다. 구매 시기는 이전처럼 어디서나 ‘편하게 살 때가 되면’ 이다. 가격 조건도 ‘이전 가격대를 회복하면’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1월 29일 인터넷쇼핑을 통해 KF80 1박스(20개)를 1만1290원에 구입했다. 이튿날 주문했으나 영영 받지 못한 50개짜리 일회용 마스크는 7900원이었다. 모두 국산이다.

둘째, 교회에 가서 힘껏 찬송을 부르고 싶다. 오랜만에 예배당에 모인 신자들과 두 손을 덥석 잡고 인사하고 싶다. 3주 전이다. 교회 주일예배가 영상예배로 대체됐을 때 컴퓨터 화면을 통해 장로님의 애절한 대표기도를 들었다. “주님, 우리 성도 모두가 하루빨리 손을 맞잡고 인사하며 다시 찬송을 부르게 하소서.” 이 탄원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도가 그렇게 사무칠 수 없었다. 모든 혼란이 끝나고 성도들이 교회에 다시 모인 그날을 상상해본다. 기왕이면 평소 주일보다 찬송을 많이 부르면 좋겠다. 그간 주말이면 방에 앉아 찬송가 ‘피난처 있으니’ ‘예수님은 누구신가’를 불렀다. 성도들이 다시 모인 그날은 떼창이라도 하고 싶다. 헌금도 평소보다 더 힘껏 드리고 싶다. 모두 신권으로 내련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새 돈이 생기면 연보하려고 장롱 속에 보관하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셋째, 가족끼리 함께했던 시간을 유지하고 싶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가족은 더 결속할 수 있었다. 적어도 우리는 매일 저녁, 그리고 주말엔 꼭꼭 서로 붙어있었다. 수시로 울리는 긴급재난문자와 창밖에서 들려오는 급박한 앰뷸런스 소리에 가슴을 졸이면서도, 속히 이 사태가 끝나기를 기도했다.

3466년 전 이집트에서 살던 히브리 사람들이 출애굽 직전 유월절(Passover) 밤을 지날 때처럼 살았다. 유월절이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영원한 규례가 됐던 것처럼 우리 가족이 매일 함께 지냈던 순간을 이어가고 싶다.

넷째, 손 씻기는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손 씻기를 이토록 열심히 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누군가처럼 생일 축하 노래를 두 번씩 부르지는 않았지만, 참 부지런히 씻었다. 손씻기를 하면서 우리나라 물 사정이 좋다는 것에 새삼 감사했다. 어디를 가도 따뜻하고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다섯째, 마주치는 이웃에게 인사하고 싶다. 국가 정책에 대해 다들 할 말씀은 많겠으나, 코로나19를 극복하려고 성금을 보내고 시설을 내놓으며 구호품을 전달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손길은 경이로웠다. 불편을 감내하며 양보하고 버티고 있는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알고 지내는 동네 어르신 한 분은 자신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주시기도 했다. 이제 나의 착한 이웃들에게 유대 경전 토라 주석서인 ‘미드라시’ 한 구절을 말씀드리며 이 험한 날을 함께 견디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신상목 종교부 차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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